멋·젊음 날개 달아 '실버 뗀 실버' 뜬다

    입력 : 2015.10.22 09:48

    [클릭 뉴트렌드] 실버 상품 화사해지자… 어르신 매출 2.5배로


    경제력 있는 65세이상 겨냥, 나이 잊게 하는 멋·젊음 강조
    옷 맵시 망치지 않는 기저귀, 체형 보정하는 청바지 인기
    色 입힌 염색가발도 잘 팔려


    '실버 선물용품' 매장을 2011년 열었다가 2년 만에 문닫았던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모디움'이라는 매장을 다시 냈다. 꽃무늬가 수 놓인 지팡이, 양산, 중년 여성이 즐겨 찾는 챙모자와 머플러에 화려한 디자인을 입힌 제품들로 판매 대상은 동일하지만 '실버'라는 단어는 뺐다. 이 매장의 최근 3개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2.5배에 달한다. 이재호 롯데백화점 선임바이어는 "노년층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젊고 발랄한 디자인을 부각했다"며 "건강관리를 잘하고 경제력이 있는 만 65세 이상 고객의 달라진 특성을 맞춘 게 적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 '실버'를 뺀 '실버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기능'과 '편안함'을 강조하던 예전 방식을 버리고 30·40대 못지않은 '멋'과 '젊음'을 강조하는 게 포인트이다. 노노족(No老族·나이보다 늙어 보이지 않고 젊게 사는 노인들)과 우피족(Woopies·well-off older people의 줄임말로 부유한 노인들)이 핵심 구매층이다.


    ◇나이를 잊게 해주는 상품


    '실버 뺀 실버산업'의 특징은 '나이 불문(不問)'이다. 유한킴벌리의 성인용 기저귀 브랜드 '디펜드'는 2012년 10월 기존 제품의 절반(4.5㎜) 두께의 요실금 속옷 '디펜드 스타일 언더웨어'를 내놓았다. 제품 사이즈를 속옷처럼 여러 종류로 하고 "옷 밖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며 멋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TV 광고도 바꿨다.


    21일 낮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70대 고객들이 '실버 이름을 뺀 실버' 매장인 '모디움'에서 화려한 색상(色相)의 지팡이를 구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연간 10%대이던 '디펜드'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25%로 뛰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40% 정도 늘었다. 김성훈 시니어케어사업부문장은 "'옷 맵시를 망치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면서 요실금 증상이 있지만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는 노년층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만 65세 이상을 겨냥한 청바지와 투피스 정장도 같은 계열이다. 중장년 남성용 청바지인 '갤럭시라이프스타일'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만든 이 제품은 허리사이즈를 39인치까지 제작해 선택 폭을 늘리고 나이가 들수록 처지는 엉덩이 부위를 보정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2013년 4500장이던 판매량이 지난해 2배로 뛰었다.


    현대백화점이 전국 모든 점포에서 운영하는 패션 가발 매장도 '실버 뺀 실버'를 겨냥한다. 염색을 한 것처럼 색(色)을 입힌 가발, 파마를 한 것 같은 물결 모양의 가발 등 멋을 부릴 때 쓰는 가발을 파는 매장이다. 지난해 10.7%, 올해(1~9월)는 16.3%로 매출이 두 자릿수로 상승 중이다. 차준환 현대백화점 잡화팀장은 "구매 고객 10명 중 4명 이상이 50대 이상 중노년 세대일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고 말했다.


    ◇'경제력 갖춘 우피族을 잡아라'


    통계청의 '2014 경제활동인구연보'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2010년 28.7%에서 지난해 31.3%로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우피족'의 소비 여력이 늘고 있는 만큼 실버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홍성태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경제력 있는 노년층은 자신을 위한 소비에 인색하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인 소비자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10월1~14일) 동안 매출 신장률이 가장 높았던 연령대는 60대로 31.8%(작년 같은 기간 대비)에 달했다. 70대(29.2%)와 50대(27.1%)의 신장률도 전체 매출 증가율(20.2%)을 웃돌았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2006년 11만가구였던 우피족이 지난해 23만가구로 늘었고 이들의 소득은 같은 기간 월 448만원에서 580만원으로 늘었다"며 "고소득 노년층을 겨냥한 관련 비즈니스와 상품 개발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