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NG, 1조원대 중동發 어닝쇼크...2년만에 악몽 재연

    입력 : 2015.10.23 10:25

    삼성엔지니어링이 2년도 채 안 돼 또다시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대규모 영업손실에 따른 직원 동요를 막기 위해 사내방송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의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사옥 전경. 삼성엔지니어링은 2년도 안돼 또 다시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일보DB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 영업손실 1조5127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매출은 85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1.2% 줄었다. 당기 순손실은 1조334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1조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가 2014년 영업이익 1618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하지만 9개월 만에 다시 1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액도 2013년보다 47%가량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에 경고가 들어온 것은 올 2분기부터다. 영업이익 148억7000만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 2분기에 비해서는 80.7% 급감했다.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수주로 외형을 키우기보다 부실 사업장 정리에 집중하다 보니 매출도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바뀐 해외 공사 수행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다, 중동정세 불안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겹친 탓에 실적이 나빠졌다"며 "공기(工期) 지연과 추가 공사비 발생 등에 따른 원가 상승도 적자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공격적으로 수주했던 공사가 양질의 사업이 아니란 것이 다시 증명된 셈이다.


    프로젝트별로 보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샤이바 가스와 아랍에미리트(UAE) CBDC 정유, 사우디 얀부 발전의 3개 프로젝트에서 총 1조원의 손실이 났다. 이라크 바드라 가스 프로젝트와 사우디 마덴 알루미늄 프로젝트에서도 각각 1200억원, 14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사우디 샤이바 가스 프로젝트는 공기 지연에 따른 추가 인력 투입과 협력사 불만 제기 때문에 원가 상승이 발생했다. UAE CBDC 정유 프로젝트는 신상품 수행 과정에서 생산성 저하와 추가공사에 따른 공사 지연으로 손실이 생겼다.


    사우디 얀부 발전 프로젝트는 주기기 사양 변경 탓에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며, 이라크 바드라 프로젝트는 정정불안이라는 외부적 요인과 설계 변경 때문에, 사우디 마덴 프로젝트는 발주처의 본드콜(계약이행보증금 회수) 행사 탓에 원가 비용이 커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실적발표와 함께 2016년 3월까지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장부가 3500억원의 서울 상일동 사옥 매각을 통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겠다고 공시했다. 대규모 손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셈인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수주 6조원, 매출 6조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어닝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가 발생하고 매출이 줄어든 상황이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어닝쇼크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사내 방송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박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번 3분기 실적에 대한 주요 내용과 배경을 설명했다.


    박 사장은 "대형 프로젝트 경험 부족에 따른 원가 차질과 유가하락에 따른 시장환경 악화. 이라크 IS사태 등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대규모 손실의 원인이 됐다"며 "유상증자, 사옥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직원들이 주인정신을 가지고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며, 회사가 정상화되는 시점에 노력의 대가는 보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