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6 09:38
[온디맨드 경제의 명암]
온디맨드 서비스 확산 - 아마존, 총알 배송 서비스
일반인을 배송 요원으로 활용… IT기반 일자리 창출 기대
美 경제부진에도 실업률 감소 - 온디맨드형 시간제 자영업자
지난 5년간 12% 증가, 작년 1兆달러 넘는 매출 올려
"일자리 창출 효과는 과장" - "전체 자영업자 수 줄어들어"
대부분 최저임금 보장 안돼… "일자리 품질 하락" 비판도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주문형 경제·키워드 참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VOD(주문형 비디오)에서 보듯 온디맨드라는 서비스 형태는 이미 일반화됐고, 이제 무한 품질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속도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다.
미국 14개 도시에서 고객이 주문한 지 단 60분 안에 상품을 갖다 주는 '총알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나우(Prime Now)'를 운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막대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직원이 아닌 차를 가진 일반인을 배송 요원으로 활용하는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글은 15달러 이상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제품을 배송해 주는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도입해 아마존에 도전하고 있고, 우버도 택시 서비스를 넘어 자전거 택배 서비스인 '우버 러시'를 도입하며 '총알배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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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을 미국 '구글 익스프레스' 직원이 집까지 배달해주는 모습. 구글이 15달러 이상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제품을 배송해주는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최근 내놓는 등 고객이 원하는 물품 등을 원하는 시간에 즉각 제공하는 '온디맨드' 서비스가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구글 홈페이지
온디맨드 경제의 확산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IT(정보기술)의 발달은 대부분 일자리를 없애는 쪽으로 작용해 왔지만 온디맨드 경제는 IT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고객에게 다가가 빠르게 서비스할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디맨드 경제가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고작해야 비정규직 시간제이거나 영세한 자영업자일 수밖에 없으며, 그나마도 전체 경제 현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기존 고용 인원보다 오히려 줄어든다는 반론도 나온다.
최근 미국의 정가와 재계에서는 온디맨드 경제와 함께 '긱 경제(Gig Economy·키워드 참조)'라는 말이 짝을 이뤄 사용되고, 과연 긱 경제가 긍정적인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 6월 '긱'을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라고 설명할 만큼 부정적인 뉘앙스도 강한 상황이다.
◇"미국 실업률 급감 수수께끼의 해답은 '온디맨드 경제'"
온디맨드 경제, 혹은 긱 경제가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통계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노동 컨설팅 업체 MBO파트너스는 긱 경제에 종사하는 독립형 근로자(Independent Worker·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자영업자)의 수가 302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CNN머니는 최근 이 자료를 인용하면서 2010년 금융위기 이후 10%에 달하던 실업률이 최근 경제 부진에도 5.1%까지 떨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MBO는 지난 5년간 12% 증가한 온디맨드형 시간제 자영업자들이 2020년에는 38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3개월 연속 미국의 월간 창출 일자리 수가 목표치인 20만개에 한참 못 미치는 16만7000개에 불과했지만 미국 경제가 활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긱 경제의 활성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젠 자이노 MBO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3000만명이 넘는 독립형 근로자들은 지난해 1조1000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미국 경제 성장의 거의 7%를 담당했다"면서 "특히 21~35세 젊은 세대의 독립형 근로자가 2011년 190만명 선에서 최근엔 거의 세 배인 530만 명까지 급증한 것을 보면 (온디맨드 경제와 긱 경제가) 깜빡하고 마는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온디맨드 경제가 고용의 질 떨어뜨려"
반면 온디맨드 경제가 만들어내는 일자리 효과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예를 들어, 2012년 중반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우버는 2년 반 만에 계약한 운전자 수가 16만명을 넘어섰고, 매월 새로 가입하는 운전자가 4만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버 등 일부 유명 회사들의 고용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1억5700만명이라는 미국 전체 노동 인구를 놓고 보면 대단한 것은 아니다"라며 "자영업자 수는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의 품질이 나빠진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주(州)를 제외하곤 최저임금을 보장해주지 않고 시간외근로 수당도 없다. 또 우버가 실업수당 등 복지제도를 신경 쓰지 않고 운전자 수입의 30% 이상을 떼가는 악덕 업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의 노동조합 권익 단체 '유니언 프리빌리지'의 레슬리 톨프 대표는 "유기농 식품 운동이 한창일 때 '과연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했던 것처럼 온디맨드 경제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이 노동자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최근 경제 관련 연설에서 "(온디맨드 경제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를 우려하는 우리나라에 긱 경제 개념을 적용해 보면 더욱 부정적인 쪽으로 비칠 것이다. 많은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본사가 직접 배송을 책임지기 위해 1년 반 만에 3000여 명의 '쿠팡맨'을 고용하는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 같은 곳만 늘어난다면 온디맨드 경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꾸준히 늘릴 수 있는 '서부 개척'과 같은 일대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쿠팡 같은 회사가 지속 가능할 것인지, 어떤 형태로 성장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고객이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즉각 제공하는 주문형 서비스. 아마존과 구글의 특급배송 서비스, 행선지만 입력하면 차량이 달려오는 우버, 수리공 등 주변의 전문가를 단기로 고용할 수 있게 중개해주는 '섬택(Thumbtack)'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긱 경제(Gig Economy)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 주변에서 그때그때 연주자를 구해 단기 공연 계약을 맺는 것을 뜻하는 '긱(gig)'이라는 용어를 차용한 것으로, 산업 현장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과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의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