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상장한 기업, 실적과 주가는 반비례

    입력 : 2015.10.28 09:40

    코스닥 기술특례上場기업 19개사 중 13곳이 영업손실, 성장 잠재력 과대평가 지적
    장기 투자해야 성과 나오는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 많아 투자 결정에 신중해야


    기술 특례 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상당수가 상장 후 오랜기간 적자(赤字)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특례 상장이란 재무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외부 검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상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제도다.


    ◇기술 특례 상장사 절반 이상 적자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술 특례 상장이 시작된 지난 2005년 이후 이 제도를 이용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19개사다. 이 중 13개사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낸 기업도 10개사에 이른다. 길게는 10년이 지나도록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기업도 있다. 기술 특례 상장 1호 기업인 바이오니아는 상장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최근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술 특례 상장사들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주가 흐름은 양호한 편이다. 19개 기술 특례 상장사 가운데 27일 기준으로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은 3개사에 불과하다. 올 들어 주가 상승률만 놓고 보면, 지난해까지 상장된 15개사는 올해 평균 64% 올랐다.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제넥신과 나이벡은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84%, 59% 상승했다. 바이오니아도 37% 올랐다.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일반 상장사들과 달리 기술 특례 상장사들은 주가와 실적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기술 특례 상장사들의 성장 잠재력이 과대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에도 주가가 오른 이유는 투자자들이 기술 특례 상장사들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계속해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성길 코스닥시장본부 기술기업상장부 팀장은 "기술 특례 상장사 중에는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해야만 성과가 나오는 바이오·제약 관련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적자에서 탈출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기술 특례 상장사 19개사 가운데 항공기 부품업체인 아스트를 제외한 18개사가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이다.


    ◇기술 특례 상장 기업 최근 증가


    기술 특례 상장 제도는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 기업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의 상장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지난해까지 기술 특례 상장은 1년에 1~2회 정도로 드물었다. 하지만 올 들어 신청하는 기업이 대폭 늘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4월 상장 활성화 차원에서 기술 평가 절차와 평가 기간, 평가 수수료를 줄이는 등 기술 특례 상장 제도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나이스평가정보·한국기업데이터로 구성된 기술신용평가기관 중 2개 이상 기관에서 일정 등급 이상의 기술 평가를 받은 기업은 상장예비심사 청구 자격을 갖게 된다.


    올해 들어서만 제노포커스·코아스템·펩트론·에이티젠 등 4개사가 기술 특례 상장을 마친 상태다. 또 유앤아이·아이진·엠지메드·펜젠 등 4개사가 기술 평가 심사를 통과해 공모를 진행 중이다.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기업만 14개사로, 내년이 지나면 기술 특례 상장사가 30개사를 넘어설 전망이다.


    ◇"기술만 보고 투자하면 위험"


    증권 전문가들은 기술신용평가기관의 평가를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술 특례 상장사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에 상장한 기업일수록 기업 정보가 부족하므로 관련 정보를 최대한 확보한 후에 투자를 결정할 것을 권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 업체에 투자할 때에는 실적 외에도 신약 후보 물질과 연구개발 계획, 현금 보유량을 포함한 재무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