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걷은 셔츠에 맨 발목...35세 CEO의 '캐주얼한 데뷔'

    입력 : 2015.10.28 09:53

    [카카오 임지훈 대표 "한국 사람들의 생활 바꾸겠다"]


    카카오택시·카카오페이 이어 검색·광고·금융 모두 연결
    이용자가 원할 때 제공할 것


    소매를 걷은 분홍색 셔츠에 검은색 면바지 차림의 30대 사내가 빠른 걸음으로 간담회장에 들어섰다. 발목 위로 살짝 올라온 바짓단 아래로는 맨 발목이 그대로 드러났다. 단상에 선 그는 "빨리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늦어진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27일 제주도의 카카오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한 달 전 새 CEO로 임명된 임지훈 대표가 언론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카카오가 그를 새 CEO로 선임한다고 깜짝 발표했을 때, 서른다섯의 이 젊은 사내를 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젊고 판단력이 빠른 경영자'라는 평도 있었지만, '경험도 없는 젊은이를 한국 최대 모바일 기업 CEO로 선임한 것은 무모한 선택'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카카오는 코스닥 시가총액 2위(약 6조8000억원)의 거대 기업이다.


    ◇시가총액 6조원대 기업 이끄는 35세 CEO


    임지훈 대표는 앞으로 카카오를 이끌 경영 철학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CEO 내정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직원 100명과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빠르게 움직이고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27일 제주도 카카오 본사'스페이스닷원'에서 임지훈 카카오 최고경영자(CEO)가 향후 카카오의 미래 전략에 대해 밝히고 있다. 분홍색 셔츠에 면바지 차림으로 단상 위에 나선 임 CEO는 "모바일로 모든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편리한 생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제공


    자신에게 부족한 경험을 임직원을 믿고 맡기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자신과 홍은택 수석부사장 등 주요 임원 6인이 참여하는 'CXO팀'을 만들었다. 각 부문의 최고 책임자들이 분야별 역할을 분담하는 체제로 조직을 보강한 것이다. 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업계의 우려에 대해 "일반 기업과는 좀 다르지만 벤처투자 업체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창업하고 운영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 CEO로 선임된 과정도 밝혔다. "카카오의 최고 경영진에서 '수많은 사업 하나하나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으로 생각하고 경영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지미(임지훈 CEO)가 대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동안 벤처 투자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만났고, 투자하면서 경험을 향유했는데 이런 부분을 카카오에 반영한다면 더욱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한국 사람들의 생활을 바꾸겠다"


    임 대표는 향후 카카오가 나아갈 방향으로 '온디맨드 경제(On demand·주문형 경제)'를 꼽았다. 온디맨드 경제란 고객이 원하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즉각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그는 "모바일을 통해 사람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온디맨드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처음 카카오를 창업했던 2006년에는 회사의 주력 사업은 메신저였다. 카카오톡은 현재 누적 가입자 수만 2억명에 달하고, 한국에서만 4000만명 가까이 사용하는 메신저로 성장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올해까지 카카오의 주력은 게임이었다. 수익을 창출하기 힘든 메신저 대신 모바일 게임을 통해 돈을 번 것이다.


    카카오는 한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문자메시지만 사용했던 사람들이 메신저를 쓰기 시작했고, 게임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상당수가 모바일게임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임 대표는 "앞으로 카카오는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통해 다시 한 번 한국 사람들의 생활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의 O2O 사업은 전부 검토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모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의 대표적인 O2O 서비스는 카카오택시다. 그동안 전화로 불러야 했던 콜택시를 앱(응용 프로그램)으로 부를 수 있도록 바꿨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역시 마찬가지다.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신용카드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기존에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들 대신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여 생활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임 대표는 "콘텐츠부터 검색, 광고, 금융 등을 모두 연결해 이용자들이 원할 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