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30 09:38
[주변 시세까지 끌어올려… 강남發 집값 급등 가능성]
문화·생활 인프라 수준 높아 실수요자·투자자들 몰려
高분양가 전략 먹혀들자 분양 앞둔 재건축 단지들 잇따라 분양가 상향 조정
인근 집값도 수천만원 뛰어
이달 28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우성2차 재건축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S'는 110가구 모집에 6191명이 몰려 평균 56.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서울 한강 이남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1순위 마감은 예상했지만 분양가격이 3.3㎡당 3850만원으로 비싼 편이어서 이 정도 높은 경쟁률이 나올지는 예상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3.3㎡당 평균 4000만원대 안팎의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데도 '청약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분양시장의 열기를 타고 내놓은 고(高)분양가 전략이 먹혀들면서 분양을 앞둔 다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속속 분양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고분양가는 주변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강남발(發) 집값 급등 연쇄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많아 고분양가에도 청약 경쟁률 높아"
올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 분양한 재건축 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002만원으로 작년보다 850만원 올랐다. 1순위 청약을 마감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의 경우 1년 전 인근에서 분양한 '서초에스티지'보다 3.3㎡당 700만원 정도 비쌌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소득·직업·문화·인프라 수준이 높은 강남에 살고 싶은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에 비싸게 내놓아도 인기가 많다"며 "재건축 아파트는 일반 물량이 수십~수백가구로 적기 때문에, 경쟁률만 보면 매우 인기 있는 것으로 보여 수요자를 자극한다"고 했다.
실제로 올 8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분양한 국제아파트 재건축 '대치SK뷰'는 3.3㎡당 분양가가 3902만원이었지만 평균 50.6대1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달 서초구 반포동에서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분양가를 404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21.1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심리적 제한선이던 3.3㎡당 4000만원 분양가가 깨지면서 앞으로 4500만원까지 높인 단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서초구 잠원동과 반포동에서 분양하는 재건축 단지 3곳은 3.3㎡당 분양가를 4000만원 이상으로 책정할 예정이다. 서초 한양 재건축 '반포 래미안아이파크'는 최근 인근에서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의 초기 계약률이 좋으면 3.3㎡당 분양가를 4300만원 이상으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집값까지 동반 상승
문제는 높아진 고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영향을 줘 인근 집값까지 동반 상승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래미안 대치팰리스 1차' 84㎡형은 올 6월 14억5000만~14억6000만원에 거래됐으나 고분양가인 대치 SK뷰가 완판을 기록하자 덩달아 가격이 15억원대로 뛰었다. 잠원동 양지공인중개사의 이덕원 대표는 "고분양가인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이 청약 성공을 거두면서 주변 '반포리체'와 '반포자이' 집값이 한 달 사이 1000만~2000만원 올랐다"며 "특히 고분양가로 청약에 성공한 단지를 보고 '분양가를 새로 높게 정해야 한다'는 재건축 조합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분양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인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3년 동안 전국 아파트값과 분양가는 평균 30% 정도 상승했다"며 "좀 더 상승 여력은 있지만 상승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분양가 영향으로 시세가 급등하는 경우를 대비해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필요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같은 대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