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때문에... 삼성, 스마트폰 울고 반도체 웃다

    입력 : 2015.11.02 09:21

    [삼성, 주력사업 바뀐 뒤 애플과 함께 나란히 좋은 실적 왜?]


    한때 스마트폰 최대 라이벌 애플은 여전히 막대한 수익, 삼성은 스마트폰 비중 줄어
    대신 애플에 핵심부품 제공… 애플 실적 늘수록 수익 증가
    "삼성 생존능력 보여줬지만 새 성장동력 빨리 찾아야"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은 올 3분기에 나란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호(好)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매출 515억달러(약 58조6327억원)에 영업이익 146억2300만달러(약 16조 6482억원)로 역대 3분기 실적 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2% 넘게 늘어난 7조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애플은 여전히 스마트폰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대신 부품인 반도체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삼성은 애플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대량 납품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예전에는 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였다면, 이제는 삼성이 애플의 부품 납품 업체로 포지션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사업은 반대, 실적은 같이


    애플의 주력 사업은 스마트폰 '아이폰'이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분기별 판매량(전년 동기 대비)이 꺾인 적이 없다. 3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2007년 119만대였던 아이폰 판매량은 2010년 1000만대, 2012년 2000만대, 2013년 3000만대에 이어 올해는 4000만대를 돌파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평균판매가격(ASP) 역시 상승곡선이다. 2013년 평균 575달러이던 아이폰 가격은 올해는 670달러까지 올랐다.



    애플은 4분기에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선보인 신제품 '아이폰6s'와 '6s 플러스'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최대 성수기이기도 하다. 애플은 매년 4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은 완전히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냈던 2013년 3분기에는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IM(IT·모바일) 부문이 전체 영업이익(10조1600억원)의 65.9%인 6조7000억원을 벌어들였다. 당시 삼성 스마트폰의 평균 판매가격은 272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2년 뒤인 올 3분기에는 영업이익의 62.9%인 4조6500억원을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DS) 분야에서 벌었다. 2013년 3분기와는 정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를 1억500만대나 팔았지만 평균 판매가격은 220달러(스마트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스마트폰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회사의 사업 방향이 완전히 탈동조화(디커플링) 된 것이다.


    ◇삼성, 새로운 성장동력 찾아야


    두 회사의 주력 사업 방향이 달라지면서 오히려 실적은 서로 비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 반도체의 최대 고객 중 하나가 바로 애플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아이폰의 핵심 부품인 응용프로세서(AP)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하고,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도 대량 공급한다. 즉, 아이폰의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삼성 반도체의 실적이 개선된다는 의미다. 즉, 두 회사의 실적은 동조화(커플링)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언제든 거래선을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있어 불안한 동조화다.


    삼성은 올해 스마트폰 사업이 무너져도 반도체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삼성의 주력 사업은 30년 전의 '신성장동력'이었던 반도체라는 점을 방증한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을 통해 모바일 시대를 주도하려던 시도는 실패한 것이다.


    삼성이 무려 1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한다는 것 역시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도 많다. 계속 성장하는 사업이 있다면 굳이 이런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주식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애플이 언제까지 삼성에 반도체를 대량 주문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해선 안 된다"며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애플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는 현 상황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