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손에 신용카드 쥐여 주는 모집인들

    입력 : 2015.11.02 09:44

    [건당 10만~20만원 수수료 챙기려 도 넘은 모객 행위]


    직업란에 '연구조교'라 적고 무자격자에 무차별 살포
    월급 130만원 비정규직에 月한도 600만원 카드 발급, 은행 창구서도 편법 난무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 채무 조정 대상 10%가 20代


    대학원생 김모(25)씨는 최근 학교를 찾아온 카드모집인으로부터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김씨는 소득이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는데도 모집인은 "연회비 면제해 줄 테니 신용카드 한 장 만들고 가라"고 소매를 잡아끌었다. "직업란에 '연구조교'라고 적으면 카드사에서 돈을 버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발급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씨가 신청한 카드는 현금서비스가 100만원까지 가능한 월 250만원 결제 한도의 신용카드였다.


    김씨처럼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거나 소득 수준에 비해 결제 한도가 큰 신용카드를 만들어주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대학원생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비정규직이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소득 수준은 낮은데 충동구매 등 소비 욕구가 강해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카드모집인들이 개강이나 축제, 시험 기간 등에 맞춰 대학가를 돌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가로 몰려드는 카드모집인


    원칙대로라면 대학 캠퍼스는 신용카드 모집인들이 찾아올 이유가 별로 없다. 지난 2012년 금융 당국 주도로 업계가 마련한 '모범 규준'에 따르면 신용카드는 가처분소득이 월 50만원을 넘고, 신용등급이 6등급 이상인 사람만 발급받을 수 있다. 결제할 때마다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체크카드와 달리, 신용카드는 돈을 미리 당겨 쓰는 일종의 대출인 만큼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규제와 다르다. 신용카드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대학생이나 무직자임에도 어렵지 않게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는 내용의 무용담이 자주 올라온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운영자는 "A카드의 경우 직장이 없거나 학생이라도 만 19세 이상에 6등급 이상의 신용등급만 확인되면, 최근 6개월간 통장 평균 잔고 60만원 이상이면 카드 발급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카드모집인들은 건당 평균 10만~20만원 정도인 수수료를 챙기려고 열을 올린다.


    ◇은행 창구에서도 사용한도 증액 등 편법


    은행계 카드사들은 은행 영업점 창구를 통해서도 무차별 영업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월급이 130만원 정도인 김모(27)씨는 지난 8월 은행 창구 직원의 요청에 못 이겨 월 결제 한도가 600만원에 가까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김씨의 가처분소득은 100만원 정도라 300만원이 결제 한도이지만, 2배가량 초과한 것이다. 은행 직원들은 개인 실적을 높이려고 이런 편법 발급에 열을 올린다. 한 은행 직원은 "한 달에 10점 정도의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는데 신용카드는 한 건당 1점, 체크카드는 0.1점이어서 신용카드 영업을 훨씬 적극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카드 대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의 손에 쥐어진 신용카드는 연체로 이어지기 쉽다. 대학생들은 이런 연체에 발목이 잡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개인 채무 조정을 지원하는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신용회복위에서 채무 조정에 들어간 사람의 약 10%가 20대(약 4만23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대 가구주의 평균 채무액은 1558만원으로, 2012년(1283만원)보다 21.4% 늘었다(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신용회복위 한 상담역은 "상담을 받으러 오는 대학생이나 무직자 중에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등으로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가 40~50%에 달한다"며 "무차별 카드 발급을 막지 않으면 불어나는 개인 채무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