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3 09:22
[뉴 테크놀로지] 비행기 도장·래핑의 과학
화학약품 뿌려 기존 페인트 제거, 페인트 잘 붙도록 프라이머 발라
페인트 입자를 음극으로 만들어 양극인 항공기 표면에 달라붙게 해
가로 1.2m·세로 2m 필름 이어 붙여 그래픽 그려내는'래핑'방식도
간단하게 붙였다 뗄 수 있어 편리
대한항공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항공기 외부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린 '패션 비행기'를 내놓고 있다. 2001년 돌하르방과 한라산을 그려 넣은 '하르비'가 서울~제주 노선에 투입됐다. 2002년에는 월드컵을 기념한 '슛돌이'(2002년)를, 2010년에는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 2 출시에 맞춘 '스타크래프트'를 각각 내놓았다. 해외에서도 '패션 비행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본항공(JAL), 알래스카항공 등은 '겨울 왕국' 엘사 등 디즈니 캐릭터들을 그린 패션 비행기를 선보였고, 전일본공수(ANA)는 '포켓몬' 피카추 비행기로 화제를 모았다.
◇비행기에 새 옷을 입히는 도장
'패션 비행기'를 만들려면 복잡한 도장(塗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속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표면이 쉽게 마모되기 때문에 신축성이 좋고 접착력도 강한 고가(高價)의 도료를 사용한다.
도장을 하려면 우선 기존 페인트를 제거해야 한다. 알루미늄 재질의 항공기 표면에 과산화수소로 만든 화학약품을 뿌려 기존 페인트를 벗겨낸다. 탄소섬유 등 화학적 방법을 사용했을 때 손상될 가능성이 큰 부위에는 분당 1만2000회 회전하는 사포 연마기를 이용해 0.6㎜ 정도 두께의 페인트를 깎아낸다. 미세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입자를 페인트 표면에 분사해 페인트를 벗겨 내는 블라스팅(blasting) 방식도 쓰인다. 최근 들어선 '드라이아이스 블라스팅(dry ice blasting)'이라는 신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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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송준영 기자
페인트 제거 작업이 끝나면 드라이클리닝 등에 쓰이는 솔벤트(solvent)로 세척을 한다. 세척 후에는 알로다인 용액을 표면에 뿌려 항공기 표면에 산화 피막(皮膜)을 만든다. 이어 산화 피막이 생겨 표면이 거칠어진 항공기 표면에 연둣빛 프라이머(primer·전 처리 도장용 도료)를 바른다. 항공기 표면의 알루미늄을 보호하고, 페인트가 잘 붙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다음은 진짜 도장 작업인 '톱 코팅(페인팅)' 과정이 진행된다. 고전압으로 페인트 입자를 음극(-)으로 만들어 양극(+)인 항공기 표면에 달라붙게 하는 '정전 스프레이 도장 방식'이 쓰인다. 스프레이나 붓으로 칠하면 공기나 먼지가 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전기의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해 도장을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려넣는 것도 바로 이 단계이다. 보통 항공기 1대를 도장하기 위해선 B747-400 기준으로 총 220갤런(833L)의 페인트가 들어간다.
도장 작업이 끝나면 항공사 로고나 일련번호를 넣는 마킹 작업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170개의 송풍구가 있는 격납고에서 이뤄진다.
◇간단하고 편리한 래핑도 확대 추세
이런 복잡한 페인팅 방식 대신 래핑(wrapping)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가로 1.2m, 세로 2m 정도의 필름을 이어가며 부착해 작품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간단하게 붙였다 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부착할 때는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꼬리 부분부터 머리 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붙인다.
도장 방식도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 지금까진 표면에 프라이머를 바르고 페인트를 칠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중간층을 만드는 '중간(Intermediate) 코팅 방식'이나 투명한 코팅을 넣어 광도를 높이는 'BC/CC 방식' 등도 쓰인다. 대한항공 우상준 차장은 "보통 도장은 5~7년 단위로 다시 칠하고, 래핑은 2~3년에 한 번 교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