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3 09:34
한화케미칼, 삼성 화학 인수… 2개월간 20% 떨어졌다 1년여만에 64% 치솟아
합병 현대제철은 20% 하락 "철강업종 글로벌 침체 영향… 재무구조 악화 우려 커진탓"
삼성그룹은 지난 10월 29일 화학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삼성SDI의 화학 부문을 롯데케미칼에 약 2조8000억원에 팔기로 결정했다. 삼성과 롯데 두 그룹의 '빅딜' 소식이 나온 직후인 30일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보다 13.8% 하락했고, 삼성정밀화학도 10% 넘게 떨어졌다.
최근 대기업들이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면서 기업을 인수·합병(M&A)한 후 주가가 하락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인수하는 기업은 인수 자금 부담으로 재무 구조가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하고, 인수 대상이 되는 회사는 간판을 바꿔 다는 데 대한 불안감에 주가가 떨어졌다.
그러나 과거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해당 기업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보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반등한 일이 많았다. 주력 사업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경쟁력을 강화하고, 실적 개선에도 성공하면서 오히려 인수 당시보다 주가가 크게 상승한 사례도 있었다.
◇한화케미칼, 삼성 화학 계열사 인수 후 64% 상승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25일 삼성그룹에서 화학 부문 계열사인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했다. 삼성은 이를 통해 정보기술(IT)과 바이오 등 핵심 사업에 주력하고, 한화는 주력 사업인 화학과 방위산업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인수 발표 직후 주가는 한동안 약세를 보였다. 삼성의 화학 부문을 넘겨받은 한화케미칼 주가는 지난해 11월 26일 1만3500원에서 올해 1월 16일 1만900원으로 하락, 약 두 달 만에 20% 가까이 떨어졌다. 한화테크윈도 지난해 11월 6일 하루에만 주가가 14.9% 내렸고, 이후 2개월여간 30%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현재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테크윈 모두 인수 발표 당시보다 주가가 상승했다. 한화케미칼은 삼성토탈,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해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해외시장에서도 브랜드 경쟁력 높아지면서 올해 2월 이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2일 한화케미칼은 2만2100원을 기록, 인수 당시보다 주가가 63.7% 상승했다. 한화테크윈 역시 한화의 기존 방위산업 부문과 합친 효과가 나타나면서 실적 개선에도 성공해 인수 당시보다 주가가 32.9% 올랐다.
◇인수·합병 나선 기업, 주가 상승 사례 많아
올해 들어서도 사업 구조 재편 과정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있다. 지난 8월 삼성SDI는 삼성정밀화학에 삼성BP화학 지분을 넘겨주고 전지 소재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와 2차전지 관련 사업의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 이후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전기차 관련주에 투자가 몰리면서 삼성SDI 주가는 9월부터 11월 2일까지 30% 넘게 상승했다.
지난 7월 14일 한화그룹 계열 광고 회사 한컴을 인수한 두산그룹 계열 오리콤도 주가가 상승했다. 오리콤은 인수 이후 주가가 한 달여간 40% 넘게 떨어졌지만, 9월 이후 반등하며 인수 당시 주가를 넘어섰다. 2일 오리콤 주가는 1만1450원을 기록, 인수 당시 9220원보다 24.2% 올랐다.
◇글로벌 경기와 업종 상황은 주가에 변수
그러나 인수·합병 이후 오히려 주가가 크게 하락한 기업도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월 동부특수강 지분 100%를 인수한 데 이어 7월에는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였던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며 자동차 강판 사업에서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그러나 7월 이후 현대제철 주가는 계속 약세를 보이며 20% 넘게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자동차 시장도 성장세가 무뎌지면서 철강 회사 간 인수·합병이 별다른 시너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석유화학 분야는 인수·합병을 통해 높은 실적 개선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철강 등 일부 업종은 오히려 사업 구조 재편 과정에서 재무 구조 악화 우려가 커져 주가가 하락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