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ICT 수직계열화로 '승부'...헬로비전 인수로 '날개'

    입력 : 2015.11.03 11:01

    SK그룹이 콘텐츠, 네트워크, 플랫폼, 단말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 인수를 전격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같은 ICT 수직계열화 강화는 최태원 SK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SK텔레콤과 KT 간 경쟁이 통신시장에서 미디어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 SK, ICT 수직계열화 구축…콘텐츠에서 단말기까지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무선 네트워크, 플랫폼 분야에서 국내 최강이다. 반면 유선 네트워크, 콘텐츠 분야에선 경쟁자인 KT에 비해 열세다. 그러나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기존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유선 사업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또 SK텔레콤은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CJ그룹과 제휴도 맺었다. CJ그룹은 tvN, Mnet, CGV·OCN, 올리브, 온스타일, 스토리온, XTN 등 7개 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에서 약 50%의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이 CNPD(콘텐츠, 네트워크, 플랫폼, 단말기)를 수직계열화했기 때문에 국내 ICT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유·무선 네트워크망을 중심으로 IPTV와 케이블TV, 모바일이라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 T맵 서비스와 함께 콘텐츠 유통, 플랫폼 개발, 커머스 사업을 펼치고 있는 SK플래닛과 SK컴즈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또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인터넷 전화(VoIP)·알뜰폰(MVNO) 가입자와 유·무선 인프라를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 SK그룹은 과거 SK텔레텍을 통해 단말기도 생산했었다. 단말기를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할 능력도 갖추고 있는 셈이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내년 4월에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계획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비상장사인 SK브로드밴드가 상장사인 CJ헬로비전을 통해 우회 상장하게 된다.


    ◆ SK, CJ헬로비전 인수로 덩치 키워…KT와 본격 경쟁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통합법인은 KT에 버금가는 유선사업자로 탈바꿈한다. 현재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는 319만명으로 KT의 849만명의 절반도 안된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이 보유한 420만명의 유료 방송 가입자가 합쳐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도 날개를 단다. 6월 말 기준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494만명이다. CJ헬로비전의 88만명이 더해지면 총 가입자 수는 582만명이 된다. 823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KT와 맞경쟁할 수 있는 규모가 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의 포화와 수익성 둔화로 신성장 동력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왔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취임 초부터 미디어 플랫폼 사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SK텔레콤은 IPTV(Btv), 모바일IPTV(Btv모바일), VOD서비스(호핀) 플랫폼을 연결·통합해 하나의 미디어플랫폼으로 만들고, 2018년까지 가입자 1500만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KT그룹과 미디어 분야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인가가 마지막 관문…SKT 무선시장 지배력 활용 논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인수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통신정책국이 통신부문 인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래부 방송진흥정책국은 방송부문 인가 업무를 맡고 있다. 미래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해 인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가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인수 승인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 50%의 점유율을 활용한 결합상품을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고 기존 가입자를 잡아두는 전략을 취했다.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인 'TB끼리 온가족 무료'의 경우 가족 3명 이상이 가입하면 초고속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 덕분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점유율은 2010년 23.2%에서 올해 9월 25.0%로 올랐다. 반대로 KT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3.1%에서 41.5%로 떨어졌다. 또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85만3000명을 흡수하면서, 알뜰폰 시장 점유율 30%대의 1위 사업자가 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가 기간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이번 합병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재정, 기술, 사업 운용 능력과 주파수 관리의 적절성 등의 심사를 받는다"며 "케이블TV와 IPTV의 결합이기 때문에 방송의 공적 책임, 시청자의 권익보호 등의 인가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조건을 달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을 승인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이미 인수를 발표했기 때문에 KT나 LG유플러스 등 경쟁사가 인수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다만 정부가 제시하는 인가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통신 3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