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3 09:27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둘러싼 국내 이동통신 3사 간 여론전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정체된 국내 방송통신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기업의 정상적인 노력을 문제삼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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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KT,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여론전을 펼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 "무선 지배력을 유선 장악에 활용할 것"
KT는 1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설명회를 열고 정부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승인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표에 나선 박헌용 KT CR전략실장(전무)은 "이번 인수가 SK텔레콤에게는 분명 이익이 되겠지만 소비자 후생과 방송통신 산업,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이익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KT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 출시 등의 방법을 동원해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료방송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합상품은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인터넷전화 등의 통신상품 가운데 몇 가지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케이블TV를 결합한 상품을 출시한 다음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가입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고 KT는 주장한다.
박 전무는 "이동통신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가 유료방송 영역에 넘어오면 그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며 "사업자 간 경쟁에 제한이 생기면 소비자 후생도 결국 후퇴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무는 IPTV와 케이블TV 시장은 각각 특성과 존재의 목적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IPTV 사업자는 전국 시청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케이블TV 사업자는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삼는다. 박 전무는 "정부의 방송 정책을 보면 지역성, 다양성 등을 추구하는 것이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주어진 미션"이라면서 “정부가 목적이 다른 두 서비스를 돈으로 강제 결합하려는 이번 시도를 승인한다면, SK텔레콤에 혜택을 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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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텔레콤의 경쟁사들은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막강한 SK텔레콤이 이동통신과 케이블TV 상품을 묶어 결합상품으로 출시하면 유선방송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조선일보DB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이 케이블TV뿐 아니라 알뜰폰 시장에서도 1위 사업자라는 점을 근거로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은 알뜰폰 시장에서 월평균 2만1000건의 가입자 순증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SK텔레콤이 오는 2017년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을 52%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또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지역방송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활용해 지역 여론을 장악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CJ헬로비전은 3개 이상의 직접 사용채널과 1개의 지역채널을 운영할 수 있다. 방송 제작도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각 지역 선출직 정치인들은 지상파 방송이나 IPTV를 통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 선거 정보를 케이블TV 방송에 출연해 알린다”면서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IPTV 사업자가 지역 채널을 보유하게 되면, 지역 여론을 형성하고 중앙정부의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인수합병은 기업의 정당한 노력…시장 지배자는 KT"
SK텔레콤은 두 회사의 주장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방송통신 선진국에서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체된 시장 상황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한창인데, 한국은 사업자들끼리 서로 발목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SK의 관심은 글로벌 트렌드에서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어떤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면서 "기업 간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경영 효율화를 실현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정당하다"고 맞섰다.
SK텔레콤은 자사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더라도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1위 사업자는 여전히 KT라고 밝혔다.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가 보유한 IPTV 가입자 수는 319만명이다. CJ헬로비전이 보유한 420만명을 합치면 전체 가입자는 739만명으로 늘어난다. KT의 IPTV 가입자 수는 849만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KT가 시장 지배력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KT는 IPTV뿐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전화 시장에서도 부동의 1위에 올라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케이블TV 업계는 SK텔레콤의 이번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아직까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한 케이블TV업체 관계자는 "유선방송의 침체와 함께 디지털방송이 급부상하고 있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며 "대기업을 등에 업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 이들이 제법 많다"고 귀뜸했다.
또 다른 케이블TV업체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업계에서 든든한 큰 형님 역할을 해왔다"면서 "장남이 팔려갔는데 어떻게 동생들이 웃을 수 있겠느냐"며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