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3 09:47
카카오가 양호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리더십 부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 감청 논란 등 산적한 외부 악재로 한동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던 주가가 쉽게 반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추진 중인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신규 사업과 올 4분기 출시될 모바일 웹보드 게임의 성공 여부가 주가 반등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했다.
◆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전망치에 부합하며 주가 상승
카카오는 지난 12일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295억8000만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1%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4%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161억8400만원으로 지난 2분기보다 42% 늘었다.
실적 발표 이후 카카오의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카카오는 전날보다 6.73% 상승한 11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11만9000원에서 11만1500까지 하락하다 반등한 것이다.
카카오 3분기 실적 전망은 먹구름이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예측한 카카오의 평균 3분기 영업이익은 152억원이었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으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던 지난해 3분기 영입이익 308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3분기 영업이익이 100억원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에 부합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이날 주가가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영업 실적이 부진했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성적을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부적 악재 여전히 존재...주가 하락 이어질 가능성 있어
카카오를 둘러싼 외부적 악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카카오에 대한 투자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카카오 원년 멤버인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를 퇴사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카카오에 합류해 이제범 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지냈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함께 카카오톡의 성공을 이끌었다.
지난 4일 검찰은 폐쇄형 SNS '카카오그룹'을 통해 유포된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해 사전에 전송을 막거나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했다며 이석우 전 대표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할 구심점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퇴사 결정은 그간 카카오와 관련된 대형 이슈에 대응하며 피로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직후 카카오톡 감청, 음란물 유통 등의 각종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회와 검찰에 불려다녔다.
카카오는 리더십 부재 우려에 대해 임지훈 신임 대표가 O2O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실적 개선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훈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임지훈 신임 대표 취임 이후 회사의 전략과 서비스를 온디맨드(수요 중심) 시대에 맞춰 가려 한다"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의 해외 원정 도박 혐의 논란으로 카카오의 신규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만들고 지난 1일 예비인가 신청을 했다. 금융위원회는 예비인가 신청을 한 카카오 컨소시엄 외에 KT 컨소시엄, 인터파크 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 경영건전성 기준 준수 여부, 영업내용 및 방법의 적절성 등을 검토한 후 올해 내로 한 곳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한다.
금융위원회가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 삼을 경우 카카오가 내세운 신성장동력인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 지난달 1일 김재경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부문에 진출할 자격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감청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6일 카카오는 보도자료를 통해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제한조치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신제한조치는 우편물 검열 또는 전기 통신의 감청을 뜻하는 말로 카카오톡의 경우 대화 내용을 검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9월과 10월 카카오(당시 다음카카오)는 감청 논란이 불거지면서 카카오톡 이용자 100만명 이상이 텔레그램으로 이탈했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0월 10일 다음카카오의 종가는 13만9200원으로 다음과 카카오 합병 이후 첫날 종가인 16만6500원보다 16% 이상 떨어졌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카카오 측은 지난해 10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감청 논란 등 외부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 카카오의 주가가 하락했었다"며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카카오가 어떤 방식으로 외부적 악재에 대응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신사업의 성공 여부가 주가 상승 결정할 것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신규 사업 성공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외부적인 악재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카카오가 앞으로 진행할 신규 사업의 성공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2015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홈서비스, 배달, 운송 등 다양한 O2O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기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O2O 사업을 소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5일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중에 카카오는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 앱(응용 프로그램)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4분기에 본격적으로 출시될 웹보드 게임의 성공 여부도 중요하다. 지난달 27일부터 카카오 게임 기반 모바일 웹보드 게임 4종이 사전 예약을 시작했고 올해 안에 출시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카카오의 게임부문 매출액은 5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지난 분기보다 5% 감소한 수치다. 지난 2분기에도 게임 부문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13.7% 줄어든 540억원을 기록했다.
지속적으로 게임 부문 매출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웹보드 게임 출시가 게임 부문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기회인 셈이다. 카카오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모바일 소셜 보드게임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고 시장이 보다 성장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모바일 웹보드 게임 시장은 약 200억원 규모로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약 16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며 "기존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웹보드 게임을 이용하면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동환 연구원은 "현재 O2O 신규 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외부적인 불확실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