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貨 굴기... 달러 패권에 도전

    입력 : 2015.11.16 09:22

    [세계 5大 통화로 사실상 인정]


    SDR내 위안화 비중 14~16% 전망, 달러·유로화 이어 3위에 오를수도
    경제 강대국들, 中 파워 인정… 외환보유액 위안화 비중 늘릴 듯
    장기적으로 위안화 강세 예상


    세계 1위 무역 대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세계 5대 통화' 중 하나로 사실상 인정받으면서 '돈의 영향력'에서도 '굴기(崛起·우뚝 섬)'를 본격화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국제통화기금) 총재가 오는 30일 이사회에서 중국 위안화를 SDR(특별인출권) 구성 통화에 편입하는 것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SDR은 IMF가 1969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달러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통화이다. 그래서 출범 당시엔 1SDR이 1달러의 가치를 가졌다. 하지만 1970년대 각국이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하면서 SDR의 가치는 주요국의 통화 가치를 칵테일처럼 섞어서 정하고 있다. 현재 SDR은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등 4개 통화로 구성돼 있다. 위안화가 SDR 구성 통화에 추가되면 이들과 함께 '5대 국제 통화'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위안화의 급부상으로 달러 대(對) 위안화의 '쩐(화폐)의 전쟁'이 막을 올렸다는 말도 나온다.


    ◇위안화 세계 3대 통화 지위 인정받을 수도


    SDR 구성 통화가 되려면 '수출 요건'과 '자유로운 사용 요건' 등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 1위의 무역 대국이다. 지난해 전 세계 수출의 12%를 차지했다. 이 기준만 본다면 위안화가 SDR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자유로운 사용' 조건이다. 중국이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 전략으로 추진한 이후 전 세계에서 위안화 사용이 늘기는 했다. 2012년만 해도 국제 결제통화 중 위안화 비중은 0.3%에 불과했지만 지난 8월엔 비중이 2.79%로 엔화를 제치고 세계 4위의 결제 통화로 올라섰다. 하지만 아직 중국은 외환 거래에 대한 규제가 많이 남아 있어 이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환율 제도만 해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했다.



    그러나 IMF가 '자유롭게 사용된다'는 의미를 '널리 쓰인다'로 해석하면서 "위안화의 SDR 편입에 문제가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 위안화의 SDR 구성 통화 편입은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IMF에서 의결권 비중이 16.7%로 가장 많은 미국도 이미 "위안화가 IMF 기준을 충족한다면 SDR 편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관심은 SDR 내 위안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이냐다. IMF에서는 SDR 구성비를 결정할 때 '세계 수출 비중'과 '외환보유액 내 비중'에 각각 60대40의 가중치를 둔다. 그런 방식을 적용하면 SDR 내 위안화의 비중은 14~16%가 될 것이라는 게 국제금융센터 등의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SDR 내의 지위가 미국 달러(41.9%), 유로(37.4%)에 이어 단번에 3위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등은 IMF가 국제 금융거래에 가중치를 더해 위안화의 비중을 낮게 설정할 수 있다고 본다.


    ◇장기적으론 위안화 강세 전망


    위안화가 SDR에 포함된다는 것은 '위안화 파워'를 IMF는 물론이고, IMF의 주요 이사국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경제 강대국들이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을 높이게 된다. 현재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 총액은 11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영국계 금융회사 스탠다드차타드는 1조달러어치 외환보유액이 위안화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안화 수요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위안화는 강세 추세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위안화로 된 주식, 채권 등이 발달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 위안화로 이동할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수요가 400억달러쯤 늘어날 것으로 본다.


    '위안화 파워' 부상이라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제 현상에 한국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를 어느 정도 보유하는 게 적정한지 따져보는 것부터 시작해 위안화 허브 구축이 필요한지까지 차근차근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SDR(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


    국제통화기금(IMF)이 1969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부족 사태를 막고 달러 가치의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통화다. 주로 IMF와 각국 중앙은행이 거래를 할 때 환산 단위로 사용하며 실제 거래에는 쓰이지 않는 서류상의 돈이다. 하지만 SDR의 구성 통화가 되면 위기를 대비해 각국이 쌓는 준비 통화의 하나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