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스마트 시티' 지배자를 꿈꾸다

    입력 : 2015.11.16 09:29

    [싱가포르 '이노베이션 데이'서 전략 공개]


    IT·통신망 노하우 적용, 도시 구석구석 관리·운영
    20개국 60여개 도시에서 이미 스마트시티 사업 진행
    "스마트폰 다음은 수퍼폰" 미래 주도할 상품 개발 중


    #1. 아침 출근길, 시내로 진입하는 간선도로에서 갑자기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수많은 시민이 회사에 지각할 판이다. 이때 중앙통제센터에서 CCTV를 통해 상황을 바로 파악하고, 통신망에 연결된 신호체계를 조절해 자연스럽게 자동차들을 다른 길로 유도하고 교통량을 조절한다.


    #2. 페이스북·트위터에 시민들이 올리는 게시물 중 도시와 관련된 내용을 수집해 자동으로 분석한다. 'A거리에 가로등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B학교 주변에 치안 시설을 강화해야 한다' 등 시민들이 자주 거론하는 사안은 정책 우선순위로 검토한다.


    위의 두 사례는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인 반둥시(市)가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와 협력해 구축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시스템이 적용된 것이다. 스마트시티란 도시 구석구석까지 IT(정보기술)와 통신망을 적용해 관리·운영하는 똑똑한 도시를 말한다. 화웨이는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화웨이 이노베이션 데이'를 열어 스마트시티 전략을 공개했다.


    ◇스마트시티 사업 확장하는 中 화웨이


    화웨이는 이 행사에서 도시의 사람·사물·인프라 등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부터 데이터를 전송하는 통신망, 이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과 스마트폰·웨어러블(착용형) 기기 등 단말기까지 모두 장악하겠다는 야심과 자신감을 보였다.


    싱가포르에서 지난 12일 열린 '화웨이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사오양 스마트폰 사업 총괄이 "사물인터넷부터 통신망, 단말기까지 스마트시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화웨이 제공


    1970년대만 하더라도 세계 인구 중 도시에 사는 사람의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70% 가까이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의 조 소(So) 산업솔루션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구 집중으로 발생하는 안전 문제부터 교통, 에너지 등을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이 바로 스마트시티"라고 설명했다.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스마트시티를 자사의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델로 삼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세계 통신장비 업계에서 핀란드 노키아, 스웨덴 에릭슨에 이어 3위다. 스마트폰 판매량 역시 삼성전자와 미국 애플에 이어 3위다. 중국상업은행·차이나유니콤 등 200여개 대형 파트너사(社)와 협력해 빅데이터 분석 사업도 진행 중이다.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화웨이는 현재 인도네시아 반둥 외에도 세계 20개국, 60여개 도시에서 지방정부와 협력해 스마트시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영국 히스로 공항은 화웨이의 통신·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해 공항 모니터링, 항공 일정 조정,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정저우(鄭州), 난징(南京) 등 주요 대도시는 교통망·도시 인프라 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 중이다. 또 싱가포르 국립대와 손잡고 향후 싱가포르와 동남아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다음에 수퍼폰 시대 온다"


    화웨이는 사물인터넷·빅데이터 분야의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방해 파트너사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게 할 계획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방해 모바일 시대를 장악한 것과 비슷한 전략을 택하겠다는 의도다.


    이번 행사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인도네시아 최대의 통신업체 텔콤 등 화웨이의 파트너 업체들도 참여했다. 소프트뱅크는 감정인식 로봇 '페퍼'를 행사 현장에 배치했고, 텔콤은 화웨이와 함께 구축한 스마트시티 솔루션에 대해 설명했다. 화웨이의 사오 양(邵洋) 스마트폰사업 총괄은 "우리는 세계가 지금보다 훨씬 더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만들 것"이라며 "스마트시티는 그 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0년에는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수퍼폰이 등장할 것"이라며 "5G(5세대 이동통신)와 결합해 홀로그램 서비스, 사물인식, 3D(입체) 스캐닝 등의 기능을 장착한 수퍼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포화 상태에 달한 스마트폰 이후의 미래를 이 수퍼폰으로 주도한다는 것이 화웨이의 원대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