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날 때, 애인 만날 때... 같은 검색어, 다른 결과

    입력 : 2015.11.18 10:04

    [네이버, 구글 등에 맞서 '실시간 검색' 신기술 선보여]


    사용자의 상황·욕구 분석, 그때 그때 맞춤형 정보 제공
    검색어 입력하지 않더라도 습관 등 고려해 알아서 추천
    글로벌 검색 업체들도 인공지능 등 첨단 서비스… "혁신 못하면 도태" 위기감


    '스포츠를 좋아하는 30대 남성 A씨가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에서 검색 앱(응용 프로그램)을 켜면 첫 화면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경기 결과가 오늘의 날씨와 함께 나타난다. 퇴근 후 서울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A씨가 '맛집'을 검색하자 주변 고깃집·술집 등 정보가 나왔다. 하지만 며칠 뒤 휴일에 여자 친구를 만나서 같은 검색어를 입력했을 땐 분위기 좋은 카페가 주르륵 나타났다.'


    인터넷·모바일 검색은 도대체 어디까지 진화할까. 갈수록 입안의 혀처럼 사용자의 기호와 욕구를 척척 알아서 제시해주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검색 기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1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네이버 커넥트' 콘퍼런스를 열어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검색에서 사용자 취향이나 상황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콘텐츠를 추천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글·페이스북 등이 인공지능 등 첨단 검색 기술을 속속 도입하는 데 대응하는 성격이다.


    ◇진화하는 검색 기술


    네이버가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은 검색 결과에 대한 사용자 반응을 파악하는 도구가 훨씬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PC 시절에는 사용자가 여러 검색 결과 중에서 어떤 것을 클릭했는지를 보고 검색 만족도를 평가했다. 모바일 시대에는 검색 결과에 '좋아요'를 클릭했는지, 친구에게 그 정보를 보냈는지까지 알아볼 수 있다. 어떤 음악을 주로 듣고 무슨 상품을 샀는지도 자동으로 분석해 사용자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17일 '네이버 커넥트 2015' 행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 부사장은 "스마트폰에 같은 검색어를 넣어도 이용자의 위치, 취향, 관심사에 따라 각기 다른 검색 결과가 나오는 맞춤형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몇 시에 어느 장소에서 검색하는지에 따라 다른 검색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고정된 장소에서만 이용하는 PC와 달리 언제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모바일 검색에서는 사용자의 현재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가 "달라지는 검색 서비스의 특성은 '라이브(Live·실시간)'라는 말로 요약된다"고 말한 이유도 그런 점을 강조한 것이다. .


    네이버는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내년에 새로 출시할 검색 서비스를 일부 소개했다. '라이브 위드(with) 검색'은 관심사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주목했는지를 검색 결과에 반영한다. 예컨대 아이돌 가수 '지드래곤'을 검색어로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같은 검색을 했는지를 보여주고, 인기 필자가 지드래곤에 관해 쓴 최신 글, 조회 수가 많은 글 등을 순서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네이버 김광현 검색연구센터장은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사용자의 평소 검색 습관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정보를 추천하는 '라이브 추천', 메신저 채팅처럼 대화체로 검색하는 '라이브 대화' 등도 선보이겠다"고 했다.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네이버가 주력 사업인 검색 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배경에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현실이 반영됐다. 김상헌 대표는 이날 기조 연설과 질의 응답에서 '위기' '절박함' 같은 단어를 여러 번 썼다. 네이버는 한국 검색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구글이 91.5%를 장악한 세계시장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세계 IT(정보 기술) 업계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치열한 검색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은 컴퓨터를 비롯한 기계를 사람처럼 학습시켜 인지·판단·예측 능력을 키우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최근 사진 검색 서비스에 도입했다. 스마트폰 속에 담긴 사진 수천 장 속에서 '내 아들이 한 살일 때 사진'만 찾아내는 것도 불과 몇 초 만에 끝낼 수 있다.


    페이스북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외부의 웹 문서를 찾아주는 기능을 도입했고,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고객의 구매 이력 등을 분석해 자동으로 관심 있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운영한다. 일일이 맘에 드는 상품을 검색하지 않아도 "이런 걸 좋아할 것 같은데"라고 알아서 찾아주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대화방 안에서 곧바로 필요한 내용을 검색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금 네이버가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겸손도 엄살도 아니다"며 "점점 하나로 통합되는 세계시장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혁신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