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넘기니 테러가 발목? 항공업계 울상

    입력 : 2015.11.18 10:09

    [3분기 수익 악화 항공업계 엎친데 덮친격]


    低유가로 연료비 줄었지만 환율 올라 비용 부담 커져
    대한항공 적자 1000억 늘고 아시아나항공도 적자 전환
    "4분기 여객 수요 회복세, 佛테러 여파가 영향 미칠듯"


    올여름 메르스(MERS) 사태 여파를 간신히 헤쳐나온 국내 항공업계에 '테러'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파리 테러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메르스보다 더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국내 항공사들의 올 3분기 실적을 보면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저유가(低油價) 효과조차 누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항공업계에 올해 장사를 망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환율·테러 등 외부 변수 충격


    이달 16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은 일제히 올 3분기 순이익이 작년 3분기보다 악화됐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적자 폭이 1000억원 정도 늘었고 아시아나항공은 적자로 전환했다. 제주항공은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줄었다.


    이는 3분기에도 저유가가 지속됐음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연료비가 항공사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30% 안팎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유가가 높았던 지난해 3분기엔 36%에 달했고, 유가가 낮아진올 3분기에도 28% 수준을 나타냈다. 아시아나항공도 같은 기간 34%에서 25%였다. 작년 대비 올 3분기 연료비 절감액은 대한항공 3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3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실적이 나빠진 것은 환율 변동 탓이 크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099원 수준이던 환율은 올 9월 말엔 1195원까지 10% 가까이 올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사고 빌릴 때 달러로 결제한다"며 "환율 급등으로 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남지만 뒤로는 밑지는 장사'를 한 꼴이다.


    메르스 사태는 여객 부문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대한항공은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15% 감소한 여파로 전체 탑승객이 작년보다 3%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 부문 매출이 10% 정도 줄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일본·동남아 등 중·단거리 비중이 전체의 52%에 달해 타격이 더 컸다"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국제노선 신·증설 붐도 항공사들의 경쟁을 촉발해 실적 악화를 낳는 요인이 됐다.


    여기에다 세계 경제 침체로 화물(貨物) 매출마저 부진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화물 부문 수송량이 작년보다 4% 정도 줄어들었다"며 "화물 시장 연중 성수기인 4분기에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러 고비 잘 넘기면 내년엔 회복 기대"


    이런 상황에서 이달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터진 도심 테러는 항공업계에 설상가상의 악재(惡材)로 꼽힌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테러사건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위험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며 "올 4분기 여객 수요 회복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9·11 테러 당시 국내 출입국자 수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하지만 출국자 수가 지난해 16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는 것은 고무적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항공업계가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내년부터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한다. 이훈 한양대 교수(관광학부)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11% 정도 줄었던 해외여행객은 한 해 뒤인 2004년엔 22% 급증세를 보였다"며 "이번에도 단기 충격인만큼 회복도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