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18 10:16
8월 수시입출식 MMT 잔액 58조…작년말 대비 55% 늘어
신탁에 장기물 담은 뒤 단기자금 유치 극성…금감원 "사안 심각하다 판단되면 조사"
수시입출금식 특정금전신탁(MMT) 시장을 놓고 금융회사들이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로 기업들의 자금이 MMT로 몰리면서 일부 은행, 증권사는 신탁 계정에 장기물을 담아 놓고 상품은 단기로 쪼개 판매하는 불법 운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MT는 단기자금운용 금융상품이다. 신탁 안에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의 자산을 담아 만든다. 법인 전용의 머니마켓펀드(MMF), CMA통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MMF는 펀드이다 보니 시가와 괴리가 커질 경우 평가손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MMT는 이 같은 부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필요는 없지만 언제든 찾아 써야 하는 자금을 맡길 때 유용하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수시입출금 MMT 잔액은 58조170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5.2% 늘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의 수시입출금 MMT가 8월말 기준 48조8758억원, 증권 9조882억원, 보험은 2069억원선이다. 지난해 말 대비 각각 57%, 45%, 111% 급증했다.
이 기간동안 수시입출금 MMT 잔액의 증가율이 금전신탁 상품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주가연계증권(ELS) 인기로 은행이 판매하는 주가연계신탁(ELT)도 늘기는 했지만 증가율은 24%선이었다. 전체 금전신탁은 28조원에서 32조6000억원으로 13% 정도 늘었다.
MMT 인기가 치솟는 것은 저금리 때문이다. 과거라면 기업들이 은행 수시입출금예금통장에 넣었을 자금이 급속히 MMT로 쏠리고 있다. MMT 금리가 은행 수시입출금예금통장 금리 보다 높기 때문이다. 현재 MMT 금리는 연 1.5% 수준이다. 금융회사는 신탁 내의 기초자산과 신탁의 금리 차이로 수익을 낸다.
그러나 금융사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일부 은행, 증권사가 금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불법 운용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MMT는 기초자산의 만기와 맞춰 운용해야 한다. 통상 장기물은 만기가 길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이기 때문에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다. 일부 은행, 증권사는 신탁에 장기물만 담아 금리를 높인 뒤 단기로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운용은 불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금융회사는 장기물만 담아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 고객을 빼앗아가고 있다"면서 "법을 지키면서 운용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히 대형 금융회사가 높은 신용도를 기반으로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데 알고 보면 불법인 때가 많다"면서 "중소형사는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만기와 꼭 맞춰 신탁을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어느 정도는 미스매칭이 일어나도 허용해주는 식으로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운용이 심해질 경우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기물을 단기로 판매하려면 리볼빙(이월)이 계속 잘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제대로 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불법 운용을 하지 말라고 계속 밝힌 바 있으며 과열이 심해졌다고 판단되면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