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金이자 대신, 엑소 노래 30곡으로

    입력 : 2015.11.20 09:39

    [내년 출범 '인터넷 전문은행'… 일반은행과 어떻게 다를까]


    -KT·인터파크·카카오 시나리오
    무료 음성통화·포인트… 이자 선택 방식 다양해져
    은행 가지 않고도 대출·환전… 컴퓨터가 신용 상태 분석
    VIP같은 자산관리 서비스


    오후 4시면 칼같이 문 닫고, 신용도 낮은 고객은 대출 한번 받기 쉽지 않은 은행들. 내년 하반기가 되면 아마 이용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갈지 모른다. 24시간 스마트폰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해주고, 이자도 음악·영화·음성통화 등 다양한 서비스로 제공하며, 모든 고객에게 VIP급 자산 관리까지 해주는 '인터넷전문은행'〈키워드〉이 내년 하반기에 출범하기 때문이다.


    현재 KT·인터파크·카카오가 각각 주축이 된 3개의 컨소시엄이 예비 인가 신청을 하고,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배점이 높은 항목은 '혁신성'이다. 23년 만에 첫 은행업 허가를 받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 은행과 뭐가 다를까. 3사의 시나리오를 입수해 소개한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자를 '현금'으로만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낙 금리가 짜 수개월 만에 한 번씩 '17원' '358원' 식으로 들어오는 무의미한 돈 대신 고객의 입맛에 맞는 다채로운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다. KT 컨소시엄의 'K뱅크'는 현금 대신 '가수 엑소 노래 30곡' '영화 암살 IPTV(인터넷TV) VOD' 등을 이자로 준다는 계획이다. '100분 무료 음성통화'나 '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음악·영화·통신 서비스를 보유한 KT가 운영하는 은행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컨소시엄의 '카카오뱅크'도 현금 이자 대신 쇼핑·도서·게임 서비스 등에 쓸 수 있는 포인트를 택할 수 있다.


    둘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중(中)신용자에게 저리(低利) 대출을 해준다'는 것이다. 인터파크 그랜드컨소시엄이 운영하는 'I-뱅크'는 "중신용 고객의 이자를 10% 이상 낮춰 연 2조5000억원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금융거래 내역에다 은행 설립에 참여한 SK텔레콤·현대해상·GS홈쇼핑 등 다양한 기업과의 거래 정보를 활용해 새 신용등급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와 오래 거래해온 뮤지컬 기획사는 1금융권에서 2000만원이었던 대출 한도를, 7000만원 정도까지 높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K뱅크는 소상공인이라면 BC카드의 결제 정보를 활용해 "그간 어떤 것을 얼마나 많이 팔았고, 최근 수년간 얼마나 꾸준히 장사를 잘해온 사업자인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셋째는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점(支店)과 같은 은행 점포를 거의 두지 않는다. 얼굴 맞대지 않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신청해도 돈 빌려주고, 환전(換錢)해주겠다는 뜻이다. 돈을 주고받는 일이 필요할 때는 은행·편의점 등 제휴사의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이나 점포 등을 활용한다. KT는 공중전화 부스를 '24시간 소형 점포'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비(非)대면으로도 계좌 개설, 대출을 해줘야 하다 보니 얼굴·홍채·지문 인식, 신분증 스캔, 영상통화와 같은 다양한 본인 인증 방법이 적용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아예 '카카오톡 채팅'으로 모든 은행 서비스를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채팅창에 '환전'이라고 치고, 원하는 외국 통화와 금액을 넣으면 환율 안내부터 입금까지 모든 절차를 손 안에서 끝낼 수 있다. 돈은 공항이나 시내 제휴 점포(KB국민은행·우체국) 등을 통해 받는다. "점포와 직원이 없으니 환율도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고객 상담이나 소액 대출도 카카오톡 채팅창에서 대화를 주고받듯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월급 200만원 받는 신입사원에게도 VIP 같은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해준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나의 신용 상태를 다각적으로 파악해 조언해주는 것이다. 중소기업 직원 A씨가 인터파크의 'I-뱅크'에 가입하면 수일 뒤 '신용등급 올리는 법'이란 맞춤형 메시지를 받는다. '현재 통장 잔고 300만원 중 200만원으로 밀린 카드 대금을 먼저 갚으세요' '지금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을 중도 상환하고, I-뱅크의 신혼자금 대출로 갈아타면 이자가 1% 이상 저렴합니다'와 같은 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물리적인 점포를 두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예금·대출 등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 저비용 구조로 운영해 시중 은행보다 수수료가 싸고 대출 금리도 낮다. 연내에 사업자를 선정해 내년 하반기에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