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히트' 친 넥슨... 넷마블 독주에 도전장

    입력 : 2015.11.26 10:01

    [모바일 게임 지각 변동]


    - 연 매출 1兆 노리는 넷마블
    2013년 출시 '모두의 마블', 누적 매출 4000억원 달해


    - 온라인 게임 강자 넥슨
    '히트' 출시 하루만에 매출1위… 해외서도 모바일 게임 공세


    최근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매출 톱5 중 4개를 휩쓸던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의 독주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지난 18일 국내 최대 게임 회사 넥슨이 출시한 스마트폰용 게임 '히트(HIT)'가 출시 하루 만에 구글과 애플이 각각 운영하는 앱(응용 프로그램)장터에서 모두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히트'는 일주일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전까지 1위를 달리던 넷마블의 게임 '이데아'는 5위로 내려앉았다. 온라인 게임은 넥슨·엔씨소프트(이하 엔씨), 모바일 게임은 넷마블로 양분돼 있던 게임 시장 판도가 흔들릴 조짐도 보이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 지각변동


    PC에서 즐기는 온라인 게임은 전통의 강자인 넥슨과 엔씨가 석권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보급 이후 급성장한 모바일 게임 시장은 넷마블이 장악하고 있었다. 넷마블이 지난 3월 출시한 게임 '레이븐'은 출시 100일도 되기 전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화려한 그래픽에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 스토리, 사용자들 간 1대1 전투 모드 등을 탑재하면서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게임은 지난 13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의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5'에서 '2015 대한민국 게임 대상(大賞)'을 수상했다.



    고스톱·마작 같은 보드게임으로 유명했던 넷마블은 창업자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2011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개발 방향을 모바일로 완전히 틀었다. 그는 "온라인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며 신작 게임은 모두 스마트폰용으로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2013년 출시한 게임 '모두의 마블'이 대히트하면서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의 강자로 올라섰다. 세계 곳곳을 돌면서 퀴즈, 올림픽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이 게임은 사용자들이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스마트폰으로 짬짬이 즐기기에 딱 맞았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도 선보이면서 누적 다운로드(내려받기) 횟수가 1억2000만건에 총 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넷마블은 올 3분기에만 매출 2818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을 벌어들였다. 이 중 모바일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현재까지 누적 매출 7290억원을 기록한 넷마블은 2011년 넥슨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연 매출 1조원을 노리고 있다.


    ◇넷마블 아성에 넥슨의 강력한 도전


    넷마블의 질주를 가로막은 회사가 바로 넥슨이다. 넥슨은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피파온라인' 등으로 승승장구했지만 모바일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가 '히트'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히트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전사(戰士), 마법사 등이 검술과 마법 등을 연마해 대결하는 게임으로 실감 나는 화면과 음향 효과가 강점이다. 넥슨은 여세를 몰아 해외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미국 등 세계 153개국에 게임 '슈퍼판타지워'를 동시 출시했고 지난 4월 북미·유럽에서 먼저 선보인 게임 '도미네이션즈'는 한국·일본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거침없는 넥슨의 기세에 넷마블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라"며 반격 의지를 다졌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는 "처음에는 마케팅 등으로 순위가 반짝 올라갈 순 있지만, 얼마나 꾸준히 자리를 지키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창업자들 간의 개인적인 자존심 경쟁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올 초부터 벌어졌던 넥슨·엔씨 사이의 경영권 분쟁에서 방준혁 의장은 엔씨 김택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넷마블은 2월에 엔씨의 자사주 3900억원어치를 매입하고 엔씨도 넷마블 주식 3800억원어치를 인수하며 '상호 동맹'을 맺었다.


    결국 엔씨의 최대 주주였던 넥슨은 지난달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손을 뗐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던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씁쓸한 패배였다. 당시 벌어졌던 두 사람의 경쟁이 이번에는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간 셈이다. 김택진 엔씨 대표도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외치고 있어 향후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한층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