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02 09:37
SK텔레콤이 1일 오후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한 인가신청서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제출했다. 정부는 앞으로 최대 90일 동안 이번 인수합병(M&A)의 적법성 여부를 심사한다. 경쟁업체들은 SK텔레콤의 인가신청서 제출 소식에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 SK텔레콤, 캐비닛 7개 분량 인가신청서 제출
이날 SK텔레콤은 주식 취득과 합병 인가에 관한 내용을 함께 신청했다. 허가 관련 항목이 방송, 통신, 기업 결합 등의 분야에서 총 15개에 이르다보니 미래부에 제출한 신청서만 사무용 캐비닛 6개에 꽉 찼다. SK텔레콤은 공정위에도 캐비닛 1개 분량의 문서를 전달했다. 또 방통위에는 온라인으로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M&A를 통해 방송통신산업을 육성하고 이용자 효용을 증대하겠다는 내용을 인가신청서에서 강조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일 이사회를 열고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SK텔레콤은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잔여 지분 23.9%를 양사간 콜·풋옵션을 행사해 인수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뒤 SK브로드밴드와 합병시킨다는 계획을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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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DB
◆ "통신 재벌의 방송시장 장악 염려"
KT, LG유플러스 등 SK텔레콤의 경쟁사들과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강하게 반대했다.
KT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유료방송, 초고속인터넷, 알뜰폰 가입자를 손쉽게 확보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KT는 "정부가 이번 M&A를 용인한다면 나머지 사업자들은 SK나 CJ에 종속되거나 독과점 기업의 지배력 하에서 가입자 지키기에만 급급해질 것”이라며 “정보통신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KT는 과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KT는 "정부는 형식적인 조건만 붙여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허용했고, 이후 15년 간 SK텔레콤의 무선시장 지배력이 고착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과거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이번 심사는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전국 23개 케이블TV 방송구역 중 17개 구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CJ헬로비전이 SK텔레콤과 함께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 대체상품을 출시할 수 없는 경쟁업체들은 결국 시장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이번 시도는 공정거래법상 경쟁을 제한하는 M&A에 해당하는 만큼 정부가 인가를 내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방송협회는 '재벌기업의 방송시장 독과점 방지를 위한 엄정한 대책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방송산업은 경제적인 효율성보다 공익성, 다양성 등 공공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통신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면 콘텐츠 사업자들은 통신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콘텐츠의 공익성과 다양성 역시 훼손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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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케이블TV 방송사 대표들이 올해 7월 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여 방송시장 정상화와 결합판매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제공
◆ 정부 "시간 걸리더라도 꼼꼼히 심사하겠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주식을 취득하는 과정, 즉 인수 과정은 심사부터 까다롭다. SK텔레콤은 주식 취득과 관련해 방송법(15조2)에 따른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전기통신사업법(18조)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인가를 미래부로부터 받아야 한다. 또 전기통신사업법(10조)에 따라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은 미래부의 공익성 심사도 받게 돼 있다. 또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공정거래법(12조)에 따라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합병에 관한 인가 절차도 복잡하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은 전기통신사업법(18조)에 따라 기간통신사업 합병인가를 받아야 한다. 또 케이블TV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방송법(15조)에 따라 종합유선방송사업 변경 허가가 필요하다. 인터넷TV(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IPTV법(11조)에 따라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자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3가지 절차는 모두 미래부가 맡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많은 사업자들이 이번 M&A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꼼꼼히 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공정경쟁,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발전, 공익성, 공공성, 다양성 등 여러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각 사안별로 인가에 소요되는 시간은 최대 90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30일 이내에 이뤄지지만, 필요할 경우 90일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정부가 사업자에 자료 보완 등을 요청하면 인가 심사는 더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