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보너스에 증자할당, 무급휴직까지"...삼성ENG, 적자폭탄 후유증

    입력 : 2015.12.02 10:25

    올해 3분기 1조원대 '적자 폭탄'을 맞은 삼성엔지니어링 (14,600원▼ 400 -2.67%)직원들이 춥고 뒤숭숭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연말을 맞아 진행되는 팀별, 파트별 회식이 최대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김모 대리는 "팀에서 지원해주던 파트 운영회비와 같은 회식비가 줄었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몇 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회사 전체 차원의 송년회는 올해에도 없고, 종무식으로 대체된다.


    상·하반기 각각 최대 기본급의 100%까지 지급하는 생산성 목표인센티브(TAI)나 목표 이익 초과분의 2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성과보수(OPI) 등 성과급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 관계자는 "TAI든 OPI든 목표 대비 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급여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99% 이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사옥 전경. /조선일보DB


    희망퇴직을 받을 것이란 소문도 직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한 해 700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6888명)보다 이미 506명 줄었다.


    무급 순환 휴직도 일부 직원들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번달부터 내년 11월까지 1년간 1개월 무급 순환 휴직을 시행한다. 이미 11월에 신청이 끝나 이번달부터 휴직에 들어가는 직원도 있다. 재충전 기회로 여기는 직원들도 있지만, 월세나 아이들 교육비 등 고정비 지출 부담이 큰 직원 중에는 아르바이트까지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 한 사원급 직원은 "내년 상반기에 신청한 무급 휴직 기간에 대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 4대보험을 적용받지 않는 일만 가능해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이라면서 "과외를 하려고 해도 한 달만 하기 어려워 마땅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유상증자 참여 문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20%를 직원들이 취득한 자사주를 관리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엔지니어링 김모 차장은 "사원급은 2000만원, 대리급은 4000만원, 책임급 이상은 6000만원씩 배정된다는 소문이 돈다"면서 "이번달 임시주주총회에서 구체적인 방식이 정해질 텐데, 개인적으로 큰 돈이 걸리는 만큼 모든 직원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와 함께 사옥 매각도 추진하고 있어 본사 이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엔지니어링이 2012년 현재의 사옥으로 이전할 때 상일동 부근에서 집을 구한 직원들이 많은 만큼 직원들은 이사 걱정까지 하게 됐다. 삼성엔지니어링 이모 부장은 "상일동 사옥으로 이전할 당시 고덕이나 암사지구 아파트 단지로 이사한 직원들이 많았다"며 "사옥을 매각해 재임대하지 않는 이상 본사 이전이 불가피한 만큼, 이사 문제까지 걱정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인위적인 희망퇴직은 없고, 상시적인 인력 효율화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사옥 매각은 초기 검토 단계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방향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유상증자도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단지 통상적인 수준이 20%라는 것"이라면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