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04 09:21
[가격 대비 성능 뛰어난 제품 쏟아지며 3대 중 1대꼴로 팔려]
삼성페이 등 첨단기능 적용, 고품질 이어폰 제공하는 등 고가폰과 격차 계속 줄여
작년 9월 점유율 21%에서 1년만에 34%로 크게 늘어
TG앤컴퍼니가 지난 9월에 국내 시장에 내놓은 스마트폰 '루나(LUNA)'가 최근 누적 판매량 12만대를 돌파했다. 1차 물량 7만대가 출시 3주 만에 모두 팔렸고, 연말까지는 15만대 판매를 무난하게 달성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올 1월 출시한 '갤럭시 그랜드맥스'도 지금까지 70만대 넘게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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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SK텔레콤 판매점에서 여성 고객이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LUNA)'를 살펴보고 있다. 최근 50만원 미만의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두 제품 모두 50만원 미만의 중저가(中低價) 스마트폰이다. 갤럭시S·갤럭시노트 시리즈(삼성전자), 아이폰(애플), G시리즈(LG전자) 등 70만~100만원짜리 고가(高價) 스마트폰이 판치던 한국 시장에 중저가폰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 '갤럭시J5'와 '갤럭시폴더', LG전자의 'LG젠틀', '밴드플레이' 등도 선전하고 있다.
◇중저가폰 전성시대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중저가폰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값비싼 고가폰을 먼저 사기 위해 출시 전날 판매점 앞에서 밤샘하며 줄을 설 정도로 소비자의 관심은 온통 고가의 신제품에 쏠렸다. 가격 50만원 이상의 고가폰 점유율은 80%에 달했다.
그런데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작년 7~9월에 21.5%에 그쳤던 중저가폰 판매 비중(수량 기준)이 올해 같은 기간엔 34%에 달했다. 1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한 달에 스마트폰 1000대 이상을 파는 전자양판점 롯데하이마트 잠실점의 최상규 모바일팀장은 "스마트폰 기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고가폰 못지않게 성능이 뛰어난 중저가폰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 고객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출고가 99만원짜리 아이폰6s플러스는 10만원 안팎의 구매지원금(보조금)을 받아봤자, 실제 구매가격이 80만원을 웃돈다. 반면 대부분의 중저가폰은 보조금을 받으면 1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출고가 31만9000원인 'LG클래스'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5만원 미만에 살 수 있다. 아예 공짜로 풀리는 폰도 있다.
◇중저가폰도 삼성페이 쓴다
이런 변화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도한 구매보조금을 주는 경우가 상당 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80만원짜리 고가폰을 사면 50만~60만원에 달하는 불법 보조금을 주는 판매점이 적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조규조 통신정책국장은 "비싼 폰을 사면 보조금을 많이 주는 대신 비싼 요금제에 가입시켜 본전을 뽑는 '고가의 덫'에서 소비자들이 점차 벗어나, 합리적인 소비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폰 시장이 커지면서 제조사들도 최신 기능을 강화한 신모델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3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기능을 갖춘 첫 중저가폰 '2016년형 갤럭시A' 시리즈 3종을 공개했다. 예상 가격은 40만~ 50만원대다. 삼성페이는 지금까지 갤럭시S6나 갤럭시노트5와 같은 프리미엄급 전략 모델에만 탑재됐으나 사용자 확대 차원에서 중저가폰에도 적용된 것이다. 갤럭시A 시리즈는 가격이 낮아도 지문인식 센서, 광학식 손떨림 보정과 같은 최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달 중국에 먼저 출시하고 내년 초 한국에도 판매될 예정이다.
LG전자의 중저가 모델 '밴드플레이'는 고가폰인 'G4'에서 쓰는 것과 같은 고품질 이어폰 '쿼드비트3'를 제공한다. 음악을 많이 듣는 소비자에게 특히 인기다.
중저가폰의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샤오미·화웨이·레노버 같은 중국 업체가 한국 시장에 중저가폰을 대거 쏟아낼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고가폰 위주의 시장 특성 탓에 한국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런 장벽이 사라졌다. 화웨이는 구글과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급 중저가폰 '넥서스6P'를 곧 한국에 내놓으려고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