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젊은피' 오너 3·4세 전면부상..."검증 안된 승진 경계해야"

    입력 : 2015.12.04 09:37

    재계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연말 인사에서 오너 3·4세들이 줄줄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재계에선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주자들의 전면 등장은 책임 경영을 강화할 것이다. 환영할 일"이라는 반응과 "오너 일가라고 무조건 고속 승진하는 것은 문제다. 경영 능력 검증이 먼저다"는 우려 등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윤홍 GS건설 전무. 아랫줄 왼쪽부터 박서원 두산 전무,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허진수 SPC 부사장/ 조선일보DB


    11월 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및 조선·해양영업총괄부문장(33)은 전무로 승진했다. 상무가 된 지 1년 만이다. 현대중공업에서 상무에서 전무가 되려면 2~5년이 걸리는데, 이를 뛰어넘는 고속 승진이다.


    정 전무는 승진과 함께 기획·재무에서 조선·해양영업까지 맡아 업무영역을 넓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정 전무가 사우디 아람코, 인도와의 협력사업에서 성과를 냈다. 영업 최일선에서 발로 뛰면서 해외 선주들을 직접 만나는 수주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정 전무가 아람코와의 사업 협력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가 대규모 적자로 어려운 상황에서 1년 만에 또 다시 승진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40)과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36)은 1일 단행된 GS그룹 인사에서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두 사람 모두 상무가 된 지 1년 만에 전무가 됐다. 허준홍 부문장은 허만정 GS 창업회장의 장손이며, 허윤홍 실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36)은 두산이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면세점전략책임자(전무)를 맡았다. 두산은 11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뒤 2016년 4월 개장을 목표로 면세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부장(31)은 2일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차장으로 입사한지 3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 상무는 입사 후 경북 구미 공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나, 업무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현장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SPC 글로벌전략경영실장(38)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 부사장은 2005년 28세의 나이로 파리바게뜨를 담당하는 파리크라상 상무로 입사, 임원 생활만 11년째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30~40대 오너 3·4세들이 세대교체 바람을 등에 업고 연말 인사에서 약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도 없는 사람이 임원으로 직행하거나 매년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도 나온다.


    최정표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재벌에서 오너 3·4세는 세습을 준비하는 경영인"이라며 "능력은 없는데 보유 주식이나 후계자라는 이유로 사내 중요 직책을 맡고 권한을 행사한다면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완전히 역행하는 잘못만 범하는 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