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헬로비전 후폭풍' 속내 다른 케이블TV업계 합종연횡 이어지나

    입력 : 2015.12.07 16:38

    "그동안 CJ헬로비전은 케이블TV 업계의 대장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장이 '적국(敵國)’인 SK 행(行)을 선택하면서, 케이블TV 업계는 그야말로 '분열' 상황입니다. 몇몇 사업자는 또 다른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고, 일부는 케이블TV 업계끼리 뭉치자는 의견도 내고 있습니다. 똘똘 뭉쳐 대응해야 하는데 사업자마다 생각이 달라 의견일치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 (234,000원▲ 1,500 0.65%)이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10,900원▲ 500 4.81%)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케이블TV 업계가 뒤숭숭하다. 이번 인수 건은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구도를 KT와 SK의 2강 체제로 바꿔 놓을 뿐 아니라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결합상품 경쟁을 본격화는 등 통신·방송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한 정부의 승인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결사반대를 외치고 나선 배경이다. 케이블TV업계에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다른 케이블TV업체들의 살아남기 합종연횡(合從連衡)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4년 기준 CJ헬로비전은 점유율 29%로 케이블TV 시장 1위 사업자다. 그 뒤를 티브로드(22%), 씨앤앰(17%), CMB(10%), 현대HCN(9%) 등이 잇고 있다.


    ◆ '속내 다른' 케이블TV 업계…나부터 살자


    케이블TV 업계의 맏형 역할을 해온 CJ헬로비전이 그동안 결합상품을 높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SK텔레콤에 매각된다는 점에서 케이블TV업계의 당혹감이 더 크다. 특히 1위 사업자의 매각 결정은 케이블TV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실제 케이블TV 업계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못한 상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가입 가구수는 1453만6883가구로 지난해 5월 이후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거의 14만 가구가 케이블TV를 끊었다. 그동안 케이블TV의 캐쉬카우 역할을 해온 TV홈쇼핑의 수수료마저 가입자 감소 등으로 예전 같지 못한 상황이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CJ헬로비전 매각이 케이블TV 업계 M&A 등 산업 재편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가입자 기반의 서비스 산업인 방송·통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블TV 업체들간 속내는 다르다. 2개 이상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소유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CJ헬로비전 매각에 따른 부작용 보다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 MSO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막을 법적 근거는 부족하다. 방송·통신 융합은 그동안 계속 예상해왔던 부분이고,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의 사업자 수가 너무 많다"며 "앞으로 M&A가 계속 추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MSO에 비해 규모가 작은 개별 SO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케이블TV시장을 장악해가는 것에 대해 잔뜩 경계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방송의 지역성’ 가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김기현 개별SO발전연합회 회장 겸 JCN울산중앙방송 대표는 "개별 SO는 오랜 기간 지역채널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과 연결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SK 측이 정부에 제출한 인가 신청서에 케이블의 지역성을 어떻게 설명했는지에 따라 CJ헬로비전 인수와 관련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거대 자본력의 IPTV·케이블TV 사업자에 밀려 개별 SO들이 도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방송통신 결합판매 강화는 결국 방송서비스의 '무료 경품화', '부상품화'를 심화시킨다"며 "효율성 측면에서 거대 이동통신 사업자를 따라갈 수 없는 개별 SO들은 시장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제2의 CJ헬로비전 나오나…LG유플러스 움직임 '주목'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LG유플러스 (10,100원▲ 50 0.50%)가 케이블TV 사업자인 현대HCN이나 씨앤앰을 인수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보고서도 등장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유플러스는 무선사업 안정화로 연간 7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확보했다"며 "재무적 체력을 앞세워 씨앤앰이나 현대HCN 등과 같은 대형 케이블TV 업체에 대한 M&A를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가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거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LG유플러스를 인수주체로 꼽는 것은 특정 사업자의 유료방송시장 가입자 점유율을 33%로 제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때문에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할 수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전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 점유율은 이미 29% 수준이고 SK브로드밴드가 CJ헬로비전과 합병하면 점유율이 26%가 된다. 반면 LG유플러스의 IPTV 가입가구는 240만으로 시장 점유율이 8.59%에 그친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을 중심으로 하는 케이블TV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기업마다 상황과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향후 누가 매수 주체가 될지, 누가 매각 주체가 될지 경계가 불분명해진 상태로 가격 등 조건만 맞으면 누구라도 M&A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의 인수 후보군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MSO와 개별 SO들을 중심으로 케이블TV 업체간 M&A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SO 업체 임원은 "티브로드, 씨앤앰, 현대HCN 등 대형 MSO와 달리 단일 SO의 경우 거대 자본력과 경쟁이 어려운 상태"라며 "개별 SO들이 뭉쳐 거대 케이블 연합군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