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보다 '해결사' 등용하는 대기업 人事

    입력 : 2015.12.08 14:07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가 발표된 다음 날인 2일. IT(정보기술) 서비스 기업인 삼성SDS 대표에서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발령 난 전동수 사장은 서울 서초사옥에서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나온 뒤,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의료기기 분야는 아직 잘 모릅니다. 이제 공부해야죠."


    전 사장은 30년 가까이 반도체 분야에 몸담았던 '반도체 전문가'입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의 전성기에 메모리사업부장을 지냈습니다. 특유의 저돌적인 성격으로 어디서든 성과를 만들어내는 '해결사'로 통합니다.



    2013년 반도체를 떠나 새로운 분야인 삼성SDS 사장으로 옮겼죠. 2년간 재직하며 증시 상장(上場)이란 큰일을 매끄럽게 처리했습니다. 업무에 자신이 붙었는지 올 4월엔 '2020년까지 연매출 20조원 달성'이란 비전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러고선 8개월 만에 삼성SDS를 떠나는 것입니다. 그것도 "이제부터 공부해야 하는" 새로운 분야로 말입니다.


    삼성은 그간 '전자의 성공 DNA를 전파한다'는 논리로, 삼성전자 출신 인사를 금융·건설 등 다양한 계열사 CEO로 발령해왔습니다.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꼽히는 의료기기사업부에 관련 경험이 전무(全無)한 인사를 앉힌 것도 그런 판단일 겁니다.


    LG 인사에서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던 권영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LG유플러스 CEO가 됐습니다. LG그룹은 "권 부회장은 전지(배터리) 사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올려놓았다"고 밝혔지만, 그를 왜 통신사 수장(首長)에 임명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선 "통신 사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는 CEO가 어떻게 사업을 이끌어 나갈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기업마다 인사(人事) 기준은 다를 것입니다. 삼성·LG 등 대기업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어려운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을 쓰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즉 '해결사'는 어느 곳에 데려다 놔도 잘한다는 것이죠. 이런 식(式)의 인사가 주력 사업은 흔들리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고심하는 대기업들에게 시행착오를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돌파구를 마련해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