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0 09:19
[삼성전자 조직개편… 스마트카 '전장사업팀' 신설]
삼성자동차 근무경력 있는 박종환 부사장이 사업팀장, 애플·구글 無人車에 도전장
스마트폰 개발 조직도 쪼개 소프트웨어·서비스 강화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電裝·전자장비)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스마트카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2000년 삼성자동차 매각 이후 삼성이 자동차 관련 분야 전담 조직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또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 조직에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개발 부문을 처음으로 독립시켜 하드웨어 부문과 경쟁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계만 잘 만들어서는 애플·구글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보직 인사를 실시했다.
◇전장사업팀 신설…스마트카 사업 본격화
삼성전자는 이번에 회사의 신성장 동력을 담당할 신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조직은 '전장사업팀'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전장사업팀의 역할은 무인 주행 기능을 가진 스마트카에 쓰이는 각종 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 배터리와 모터 등을 개발하는 것이다. 사업팀장은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컴프레서와 모터사업팀을 이끌었던 박종환 부사장이 맡는다. 박 부사장은 1995년부터 2년간 삼성자동차 전략담당 실무자로 자동차 사업을 경험한 인물이다.
자동차 사업은 지난 15년간 삼성 내에서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 이건희 회장이 오래도록 염원하던 자동차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사업 시작 4년 만에 회사를 르노자동차에 매각하는 실패를 맛봤다. 당시 4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은 삼성자동차가 삼성그룹 사상 최초로 법정관리를 받게 되면서 삼성은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고, 이는 이후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함으로써, 아버지의 실패를 스마트카 분야에서 만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은 그간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삼성전기가 전기차용 카메라 모듈 등 부품사업을 해왔고, 반도체 부문도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무인 주행을 핵심으로 한 스마트카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애플과 구글이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삼성 내에서는 "우리도 스마트카 사업을 진두지휘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열린 하반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도 "자동차 분야에서는 애플, 구글이 결국 경쟁사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 TV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에 'AV사업팀',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무선사업부에 '모바일 인핸싱(Mobile Enhancing)팀'을 신설했다. AV사업팀은 홈시어터 등을, 모바일 인핸싱팀은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을 집중 개발하는 팀이다.
◇스마트폰 개발 조직, 서비스 개발에 방점
전장사업팀 신설 다음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갤럭시 스마트폰 개발을 총지휘하는 무선사업부 무선개발실을 둘로 쪼갠 것이다. 직전 무선개발실장이던 고동진 부사장이 무선사업부장 사장으로 승진하며 공석이 된 실장 자리에 삼성페이를 성공으로 이끈 이인종 부사장과 갤럭시 개발로 40대에 부사장에 오른 스타 개발자 노태문 부사장이 동시에 발탁됐다. 이 부사장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개발을 주로 하는 개발1실장을, 노 부사장이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2실장을 각각 맡게 된 것이다. 그간 무선개발실의 주류는 하드웨어 쪽이었지만, 스마트폰 사업에서 운영체제(OS)와 간편결제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이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 대표가 겸임했던 생활가전사업부장에는 서병삼 부사장이 선임됐다. 생활가전사업부장은 냉장고·세탁기·오븐 등 백색가전을 총괄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