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저주...해외수주 반토막, 내년 수주전망도 '우울'

    입력 : 2015.12.10 09:41

    중동 수주 줄며 전체 해외수주 감소
    내년에도 저유가 지속 전망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올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저유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전망도 어둡다.


    ◆ 건설사 해외수주 70% 줄어…저유가에 중동 수주 반토막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 수주액은 8일 현재 41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96억달러)과 비교해 31.2% 줄었다. 이런 수준이면 올해 해외수주액은 2007년(398억달러) 이후 가장 적을 전망이다.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 수주액도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29,650원▼ 650 -2.15%)은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을 약 19조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액은 약 9조40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144,500원▲ 1,500 1.05%)의 올해 목표는 10조3000억원이지만 현재 수주액은 약 5조원으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또 대우건설 (5,960원▼ 100 -1.65%)은 올해 목표를 7조3000억원으로 잡았었지만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 대림산업 (65,000원▼ 2,400 -3.56%)과 GS건설 (20,400원▼ 600 -2.86%)은 각각 3조 4000억원, 6조2000억원이 수주 목표였지만, 현재까지 수주액은 각각 2조7000억원, 4조8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외 수주가 부진한 것은 그동안 해외건설 수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중동 지역 수주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동 국가들의 발주도 줄었다.


    올해 들어 중동 지역 수주액은 147억달러로 전년 동기(306억달러) 대비 48% 수준에 불과하다. 중동 지역 수주 규모가 줄면서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1위 지역은 중동에서 아시아로 바뀌었다. 올해 중동을 제외한 아시아 수주 규모는 177억달러로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었다.


    ◆ 내년에도 저유가 지속…건설사들 수주 전망 어두워


    내년에도 저유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4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기 총회에서 원유 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그동안 수출길이 막혔던 이란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보여,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은 한때 원유 수출 2위 국가였지만 핵 프로그램 시행으로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아 수출길이 막혔다. 그러나 올해 핵 협상 타결로 경제 제재가 풀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중동지역 플랜트 발주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 증권에 따르면 올해 중동 지역의 예산 입찰 규모는 약 2710억 달러였지만 실제 발주 규모는 600억 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입찰 규모도 23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되며, 실제 발주는 올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김형근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동 국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상황이 나빠졌고 이슬람국가(IS) 테러와 내전 등으로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상태라 발주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중동 지역을 제치고 수주 1위를 기록한 아시아는 내년에도 수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하고 인프라 수요도 늘고 있어서다. 원유 수출을 재개하는 이란에서도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베트남과 투르크메니스탄 수주가 늘어나고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들 나라가 발주하는 인프라와 발전플랜트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