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5 09:29
"폴크스바겐 판매량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에서만 판매가 급증했다. 연비 조작 사태에도 한국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한국 자동차 상황을 다룬 기사에서 강조한 내용입니다. 폴크스바겐(VW)코리아가 올 11월 한 달 동안 국내시장에서 4500대를 넘게 팔아 한국 진출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을 꼬집은 것이지요.
올 9월 미국에서 VW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VW의 판매량은 일제히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과 미국, 영국 시장에서 VW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25%, 20% 정도 줄었습니다. 독일에서조차 2% 마이너스 성장했습니다.
한국 내 VW 판매량 급증은 공격적인 할인 판촉 행사가 주효한 때문입니다. VW코리아는 올 11월부터 전 차종을 대상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10~20% 현금 할인을 해줬습니다. 일례로 3540만원이던 제타 모델은 2850만원이면 살 수 있게 된 거죠. 이는 국산 중형차인 쏘나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할인 판촉 행사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 중입니다. 다른 나라에선 소비자들이 VW의 판촉에 '쿨'하게 반응한 반면, 한국 소비자들만 우르르 몰려간 꼴이지요.
VW코리아 관계자는 "초대형 악재를 성공적으로 잘 수습했다"며 "향후 월평균 판매량인 2500대 수준을 유지할 것 같다"고 안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유독 민감하다"고 지적합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이 불법 조작 사태에 화를 내기보다 싼값에 차를 살 기회로 보고 대거 몰려갔다"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앞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에서는 강력한 할인 행사만 하면 어떤 문제도 용서받을 수 있다'고 오판할 것 같다"며 "가격에 휘둘리지 않는 선진국 소비자들의 원칙과 가치관을 배울 만하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