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다이어트하는 대기업들

    입력 : 2015.12.16 09:20

    [올 4분기 10곳 이상 계열사 간 합병]


    포스코·한화, 합병 잇따라… 삼성 계열사도 69개→63개
    불황에 1~2분야 火力 집중… 내년 사업재편 더 늘어날듯


    이달 11일 오후 5시 20분쯤 포스코는 100% 지분을 가진 자(子)회사 포스하이메탈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10분 뒤엔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이 작년 8월 인수한 폴리우레탄 원료 업체인 한화화인케미칼을 흡수합병한다는 공시가 나왔다. 재계 6위인 포스코와 10위인 한화그룹이 경쟁하듯 거의 동시에 계열사를 합친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계열사 간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올 4분기에 '계열사 다이어트'를 벌인 대기업은 10곳이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장기화 국면에 기업들이 몸집을 줄여 체질(體質)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효율성 제고·재무구조 개선 겨냥


    '계열사 다이어트'의 가장 큰 목적은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합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땐 계열사별로 각개약진하며 그룹 전체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지만,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화력(火力)을 한두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국내 1위 음료기업인 롯데칠성음료는 올 10월 자회사 CH음료를 생수와 음료 사업부로 분할한 뒤 음료 부문을 흡수합병했다. LG그룹의 서브원은 엔지니어링·감리 전문 자회사인 LG도요엔지니어링과 합쳤다. 성기승 롯데칠성음료 팀장은 "롯데칠성과 CH음료 두 곳에 나뉘어 있던 음료 사업을 하나로 모아 관리하는 게 시장 경쟁과 수급에서 모두 유리하다"고 말했다. 식자재 유통업을 하는 동원홈푸드가 축산물 유통업체인 금천을 인수한 다음 합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화학·철강·건설 등 최근 업황이 부진한 부문에서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한다. 한화케미칼이 합병한 한화화인케미칼은 올 들어 3분기 누적 영업적자가 274억원을 기록해 5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포스코와 합병하는 포스하이메탈은 올 10월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을 모(母)회사의 우산 아래 일단 넣어뒀다가 기회를 엿보겠다는 속셈이다.


    ◇"사업 재편 내년에 더 많아질 듯"


    본지가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삼성그룹의 계열사는 올해 초 69개에서 이달 63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사 숫자도 8개 감소했다. 기업들이 신규 진출보다는 기존 계열사를 합치는 것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자율 빅딜(big deal)' 등으로 대기업 간 회사 교환이 활발해져 '계열사 다이어트'가 확산될 것으로 본다. 삼성의 화학 계열사를 인수한 한화·롯데그룹 등이 기존 계열사와 인수 기업 간의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비용 절감과 조직 관리 효율을 위해 비슷한 분야의 계열사를 합쳐 지원 부서와 판매망 등을 통폐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다른 대기업 또는 같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사업 재편을 시도하는 대기업들이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