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의 질주... '영업맨' 회장님의 M&A 전략

    입력 : 2015.12.17 09:23

    [올 들어 SW 회사 3곳 인수, 덩치 키우는 한컴의 비결은]


    M&A 전문가 김상철 회장 "인수·합병은 생존 위한 것
    앞으로 매년 1~2곳 인수해 SW종합상사로 해외 진출"
    19분기 연속 매출 증가… 14억 인구 中시장도 공략


    김상철 회장

    토종 워드 프로그램 '한글'로 유명한 한컴그룹이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계를 뒤흔드는 '이단아(異端兒)'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W산업의 황무지로 꼽히는 국내에서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국내 중소 SW업체들과 함께 연합군을 꾸려 '종합상사' 식으로 해외 시장에 계속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컴그룹은 총 14개의 계열사 중 7개가 SW기업인 국내 유일무이한 '종합 SW 그룹'이다. 오피스 프로그램 전문기업 한글과컴퓨터를 비롯해 국내 자동차용 SW 1위 MDS테크놀로지, 모바일 데이터 복원(모바일 포렌식) 1위 한컴GMD, 보안기업 한컴시큐어, 평창 동계올림픽에 보급될 예정인 통·번역 서비스 기업 한컴인터프리,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한컴핀테크,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서비스 기업 한컴커뮤니케이션 등 분야도 다양하다. 올해로 8년째 세계 최대 해킹방어대회인 '코드게이트'도 열고 있다.


    특이한 것은 '덩치를 키우는 방식'이다. 이달 초 벨기에의 SW 회사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한컴그룹은 올 들어서만 국내외 SW 회사 3곳을 인수했다. 연매출 3000억원대의 중견기업이 삼성·LG 같은 대기업도 잘 못하는 M&A(인수·합병)를 지속하며 국내 SW 생태계에 단비를 뿌리고 있는 것이다. 한컴그룹 김상철(金祥哲·62) 회장은 "지속적인 인수·합병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매년 1~2개의 회사를 인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영업맨 출신의 'M&A 전문가'다. 한 중견기업 영업본부장이던 그는 전력계측기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를 인수하며 사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LCD(액정표시장치) 전문기업 두레테크와 보안업체 소프트포럼 등을 인수했고, 한글과컴퓨터는 2010년 10월 인수했다. 당시 SW업계에선 'M&A 전문가가 과연 IT(정보기술) 회사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지난 5년간의 행보(行步)로 이 같은 질문에 답한 셈이다. 한글과컴퓨터는 현재 19분기 연속 매출 증가(각 분기 기준)라는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해 핀테크, 음성인식 등 올해에만 5개의 법인을 새로 만들었다.



    김상철 회장의 목표는 'SW 종합상사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 SW기업은 덩치가 작아 혼자 나가선 못 싸웁니다. 여럿이 힘을 합쳐야죠. 우수한 국내 기업들로 종합상사를 꾸리고, 제가 최전선 영업맨으로 뛰는 거죠."


    지난달 한컴오피스 계약을 위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김 회장은 중남미 SW 시장 진출을 원하는 국내 기업을 수소문했다. 더존·사이버다임·인포뱅크 등 13개 기업이 손을 들었고, 김 회장과 임원들은 바이어를 만날 때 이들 기업의 브로셔까지 탈탈 챙겨서 미팅에 들어갔다. 한컴은 남미 최대 기업용 인터넷 서비스 회사 '파이버콥'에 아직 출시도 안 된 글로벌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컴이 가교(架橋) 역할을 한 것은 판매자 입장에선 상품 구색이 다양해지고, 구매자 입장에서도 원하는 SW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는 '윈윈 전략'이었다. 국내에는 현재 7000여개의 SW기업이 있지만 96%는 매출액 300억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김 회장은 "작은 SW기업이 혼자 글로벌 시장에 가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종합상사 전략을 잘 쓰면 함께 시너지를 내며 해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컴은 14억 인구의 중국 SW 시장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올 8월에는 중국 최대 사무용 SW기업인 킹소프트와 웹오피스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킹소프트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창업자인 레이쥔(雷軍) 회장이 프로그래머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지낸 회사다. 17일에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킹소프트와 한·중 간 SW산업 교류 확대를 위한 협약도 체결한다.


    김상철 회장은 "현재 한컴의 세계 SW 시장점유율은 0.4% 수준이지만 이를 5%까지 끌어올려 세계적인 SW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