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節稅 막차 타기... 신의 한 수는?

    입력 : 2015.12.22 10:02

    [자산운용 전문가 30명이 추천하는 알짜 펀드]


    가장 큰 혜택 받을 수 있는 개인·퇴직연금 31일이 시한
    KB자산의 '퇴직연금배당40', 5년 수익률 44%로 1위
    노후 대비하는 연금형은 나눠 투자해야 위험 분산


    30대 회사원 A씨는 연말정산에서 세제 혜택을 챙길 수 있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그냥 돌아왔다. 계좌에 돈을 넣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정작 투자하려고 보니 상품이 너무 많았다. 시간이 촉박해 벼락치기로 가입하자니 노후 대비를 위해 길게 보고 가야 하는 금융 상품이라 선택의 부담도 상당했다. A씨는 "금리가 워낙 낮아 개인·퇴직연금은 펀드에 투자하려고 했지만 수많은 펀드 중에 좋은 펀드를 고르기가 쉽지 않더라"고 말했다.


    월급쟁이들이 가장 큰 연말정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투자 상품인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가입 시한(12월 31일까지)이 열흘밖에 남지 않아 직장인들의 마음이 조급해지고 있다. 정부는 한국인의 연금 투자가 지나치게 안정 추구형이라 노후 대비에 부족하다고 보고 내년부터 '원금보장형 연금저축'을 없애기로 하면서 좀더 공격적인 연금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연금형 펀드의 종류가 400개가 넘는 등 워낙 상품이 많아 '옥석(玉石)'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둑한 '13월의 월급'을 위한 '벼락치기 전략' 수립을 위해 6개 은행, 7개 증권사의 베테랑 PB(자산운용전문가) 총 30명에게 '개인·퇴직연금으로 가입하면 좋은 펀드' 3개씩(총 90개)을 추천받았다.


    ◇5년 수익률 44%, KB퇴직연금배당40이 '1위'


    자산운용사들은 대부분 규모가 큰 모(母)펀드의 일부를 쪼개 개인연금형과 퇴직연금형으로 나누어 각각 판매한다. 적용받는 세제·수수료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퇴직연금펀드의 이름은 약간씩 다르지만, 운용 방식과 원칙은 모펀드를 따르고 수익률도 비슷하게 움직인다. PB들은 이런 이유로 개인·퇴직연금 펀드를 구별하지 않고 쌍(雙)으로 묶어 추천했다.



    1위는 30명 중 8명이 추천한 KB자산운용의 '퇴직연금배당40펀드'였다. 고(高)배당주와 채권을 적절히 섞어 투자하되 주식 투자 비율을 40% 이내로 한정한 이 펀드는 3년 수익률이 21.3%, 5년 수익률이 44%에 달하는 퇴직연금계의 '수퍼스타'다.


    공동 2위는 각각 6표를 받은 메리츠자산운용의 코리아연금펀드(개인연금형, 퇴직연금형 이름은 '코리아퇴직연금 채권혼합펀드'),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퇴직연금배당 주식형 펀드),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헬스케어펀드(100세시대 퇴직연금 글로벌 헬스케어펀드)였다. 메리츠자산운용 존 리 대표가 '장기적인 가치 투자' 철학으로 운용하는 코리아펀드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지만, 3년 수익률이 38.8%에 달해 '장기 투자의 강자(强者)'임을 증명하고 있다.


    역시 2위에 오른 신영자산운용의 밸류고배당펀드·퇴직연금배당펀드는 한국의 알짜 고배당주에 투자해 3년 동안 40%가 넘는 수익을 올린 배당주 펀드의 대표 주자다. 한화자산운용의 글로벌헬스케어펀드와 100세시대 퇴직연금 글로벌헬스케어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유망하다고 알려진 헬스케어 관련주에 투자한다. 해외 펀드를 위탁해 판매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연금형 펀드가 아니라면 매년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개인·퇴직연금형으로 가입할 경우 과세 이연이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노후 대비하는 연금형 펀드, 자산·지역 분산해 위험 낮춰라"


    공동 5위엔 가치투자를 내세우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각각 이끄는 펀드 2개(4명씩 추천)가 올랐다. 강방천 대표의 에셋플러스가 운용하는 글로벌리치투게더 연금펀드(글로벌리치투게더 퇴직연금펀드)와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운용하는 10년투자연금펀드(10년투자퇴직연금 채권혼합 펀드)다. 에셋플러스 글로벌리치투게더 연금펀드는 전 세계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 증시에 상장된 '1등 기업' 중에 혁신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지난 2년 수익률은 27%였다. 가치투자 펀드의 '원조' 격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지난 3년 수익률이 3.8%로 낮은 편이지만, PB들로부터 '저평가된 주식의 시세 차익과 배당 수익을 동시에 추구해 장기적으로는 유망한 펀드'라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고배당주에 투자해 지난 2년 동안 20.5%의 수익을 낸 피델리티자산운용의 글로벌배당인컴펀드는 3표를 받아 7위였다.


    국민은행 WM컨설팅부 한병준 세무전문위원은 "노후를 대비하는 연금형 펀드는 일시금으로 넣기보다는 적립식으로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안전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번에 돈을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러 개 펀드에 나누어 투자하는 방식으로 원금 손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해외와 국내,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지역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고루 골라 투자금을 나누어 넣으라"고 말했다.


    ☞퇴직연금·개인연금


    퇴직연금은 회사가 직원의 퇴직금을 적립하는 것이고, 개인연금은 노후 대비를 위해 개인이 자신의 돈을 쪼개 저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도 개인이 추가로 돈을 넣기를 원하면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돈을 넣을 수 있다. 올해 연말정산에선 개인·퇴직연금을 최대 700만원(이 중 개인연금은 400만원 이하)까지 세액 공제(13.2%·연봉 5500만원 이하는 16.5%) 해주기 때문에 한도를 꽉 채워 가입하면 92만4000원(연봉 5500만원 이하는 115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