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23 09:31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 생산하는 조태권 광주요 회장]
병 디자인 교체, 軍納 확대… 2010년부터 매출 상승곡선
미슐랭 별셋 홍콩식당에 납품
"고급술에 높은 세금 매기는 현 주세법 전통주 발전 막아"
"주변에서는 10년 만에 흑자를 낸 게 기적이라고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된다'고 확신하고 사업을 했어요."
전통 증류식 소주 '화요(火堯)'를 생산하는 조태권(67) 광주요(廣州窯) 회장이 10년간 100억원 넘는 적자를 내다가 올해 처음 흑자로 돌아섰다. 21일 서울 한남동 한식(韓食) 전문점 '비채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 회장은 "올해 매출도 100억원을 처음 넘길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통 술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글로벌 경쟁사들과 '가치 경쟁'을 당당하게 벌이겠다"고 말했다.
도자기 제조업체인 광주요의 창업자인 고(故) 조소수씨의 3남3녀 중 막내아들로 1988년 회사를 이어받은 조 회장은 2005년 '화요'를 처음 내놓았다. 그는 "한 나라의 식(食)문화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그릇, 이에 걸맞은 술이라는 세 요소가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고 생각해 주류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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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태권 광주요 회장이 21일 서울 한남동 한식전문점 '비채나'에서 전통 소주 '화요'를 앞에 놓고 웃고 있다. 조 회장이 선보인 화요는 2005년부터 10년간 적자를 보다가 올해 처음 흑자 전환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화요'는 경기도 여주쌀과 지하 150m 암반수를 재료로 섭씨 33~45도의 저온에서 증류해 만든다. '화요'가 출시되자 "부드럽고 깔끔하다"는 호평이 쏟아졌지만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상당했다. 일반 소주보다 최고 20배 비싼 가격과 전통 술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이겨내기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조 회장은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가치'를 개발해 국부 창출에 기여하려 했으나 지금까지 매년 적자만 봤다"고 했다. 출시 첫해 10억원이었던 매출은 4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을 했다.
반전(反轉)의 계기는 2010년, 고려청자 버드나무 무늬 병(국보 113호) 모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술병 디자인을 바꾼 것이다. 평범한 병 모양으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브랜드 디자이너 엄주원씨와 함께 5년간 작업해 디자인을 교체한 게 적중했다. 이듬해에는 "우리나라 병영에 전통주가 없어서야 되겠느냐"는 논리로 군 간부들을 설득해 군부대 납품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주한미군에도 공급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 각지의 미군 기지로 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화요'의 종류는 알코올 도수(度數) 기준으로 17도와 25도, 41도, 53도, 그리고 41도짜리를 오크통에서 숙성한 '엑스트라 프리미엄(XP)' 등 모두 5개다. 조 회장은 "5종류로 한 것은 도수에 따라 각각 사케·와인, 일본 소주, 보드카, 중국 바이주(白酒), 위스키를 각각 경쟁 상대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7도짜리는 가볍게 마시는 식전주(食前酒)로 좋고, 25도와 41도짜리는 생선·육류 요리와 궁합이 각각 잘 맞습니다. '엑스트라 프리미엄'은 칵테일용으로, 53도짜리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적당하지요."
'화요'는 미국·호주·프랑스·이탈리아·중국·인도네시아 등 9개국에 진출해 있다. 미슐랭 음식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셋을 받은 홍콩 포시즌스호텔 중식당 룽킹힌(龍景軒)에도 '화요'가 들어간다.
조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주류 정책이 고급 전통주가 해외 술과 경쟁하는 데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주세법은 값싼 술에는 적은 세금, 비싼 술에는 많은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從價稅) 방식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고급 술 개발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면세점에서 주로 판매하는 16만5000원짜리 최고급 '화요'는 술병 가격만 1만원이 넘습니다. 손으로 빚은 질감이 나는 병 표면과 전통 방짜 방식의 은도금 뚜껑을 고집하는 나는 현행 주세법 정책에 역행(逆行)하는 이단아인 셈이지요."
조 회장은 "세계인들이 한국의 술 맛에 반하도록 스파클링 소주와 과즙을 넣은 리큐르(liqueur)를 개발할 것"이라며 "내년과 후년의 매출액 목표를 150억원, 300억원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