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23 09:54
[P2P 대출 '8퍼센트' 이효진 대표]
- 창업 13개월만에 투자금 100억원 돌파
대출자 70%가 신용등급 4~6등급, 부채상환 능력 철저히 따져
대출 희망자 중 10%만 대출 받아 투자자들 평균 수익률 8.3%
"이 정도 소득이면 대출금을 충분히 갚을 수 있겠지?" "아니야, 조금 더 검증해보고 결정하자고."
22일 오전 서울 사당동 한 상가 건물 6층. 49㎡짜리 사무실 한쪽 벽엔 '오가는 언쟁 속에 싹트는 아이디어'라는 슬로건이 큼직하게 붙어 있고, 20~30대 직원 8명이 빙 둘러앉아 '대출 심사'를 하고 있었다. P2P(개인 대 개인) 대출을 취급하는 신생 기업 '8퍼센트' 직원들이다.
P2P 대출이란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개인 대 개인 간 대출을 알선해주는 핀테크 비즈니스다. 현재 국내에는 8~10%대 중(中)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P2P 업체가 10여개 있다. 이 가운데 선발 주자인 8퍼센트는 지난해 11월 출범해 창업 1년 1개월 만에 투자 금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매일 300명 이상의 대출 희망자가 대출을 신청하고, 4400여명의 투자자들이 대출자로 나선 덕분이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521건의 대출에 투자해 평균 8.3%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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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공대를 졸업하고 우리은행에 다니다 지난해 P2P(개인 대 개인) 대출 스타트업 기업인 '8퍼센트'를 창업한 이효진 대표는 "은행은 3~4%, 저축은행이나 카드는 20%를 넘어가는 대출금리 격차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어서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대출자 70%의 신용등급은 은행에서 꺼리는 4~6등급이고, 비정규직 직장인 비중도 35%나 된다. 그런데도 지난 1년간 대출금을 갚지 못한 고객이 하나도 없어 연체율 제로(0%·3개월 이상)다. 신용등급 1~3등급 고객이 이용하는 은행 신용대출 연체율(0.61%)보다도 낮다. 채권추심회사(고려신용정보)와 협약을 맺었지만, 장기 연체자가 없어 채권 추심을 맡겨본 일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연체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이효진 대표는 "개인 신용정보와 재직증명서, 통장 입출금 내역 등을 통해 부채 상환 능력을 철저히 따지기 때문"이라며 "옥석을 철저히 가리고 있어 대출 희망자 가운데 실제 대출을 받아가는 사람은 10% 정도"라고 말했다. 만약 월급여 대비 월 대출상환액이 50% 이상이고 연체 여력이 있으면 대출을 거절하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평판 이력도 적극 수집해 활용한다는 게 이 대표 설명이다.
8퍼센트를 창업한 이효진 대표는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 우리은행에 입사해 주식·선물 트레이딩 업무를 담당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마우스 '클릭질'을 반복하면서 주식을 사고팔았죠. 그런데 제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행복을 줄까?'라는 근본적인 고민이 문득 들더군요."
그러다 P2P 사업체를 차려보겠다고 지난해 4월 은행을 그만뒀다. "은행 대출금리는 연 3~4%, 저축은행이나 카드론 대출금리는 20%를 넘어가는 금리 격차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어요. 비용 구조가 싼 온라인에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금융권 출신인 아버지(이익기 전 우리카드 전무)는 너무 성급하다며 딸을 말렸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해 여름 세계 최대 P2P 대출 기업인 렌딩클럽(Lending club) 사례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은행 다닐 땐 행장님이 복도를 지나가면 '모세의 기적'처럼 직원들이 쫙 도열해 인사하는 문화에 젖어 있었는데, 렌딩클럽을 가보니 '저 사람이 우리 사장이야'라고 '쿨(cool)'하게 소개하더군요. 금융 문화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혁신하고 싶었어요."
유일한 홍보 수단은 페이스북이었지만 "연 8%대 금리로 재테크가 가능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8퍼센트는 머스트홀딩스 등 여러 기관투자자로부터 2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딸의 창업을 반대하던 아버지는 지금 회사 비상근 고문으로 물심양면 돕고 있다. 그는 "내년엔 투자금을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