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액 깎이기 전에..." 주택연금 가입자 몰려

    입력 : 2015.12.24 10:27

    금리 오를 가능성 높아지고 내년엔 집값 하락 전망에 12월 가입자 1000명 육박
    내년 2월부터 연금 1.9% 줄듯… 집값 고점때 가입하는게 유리


    서울 방이동에 사는 최모(68)씨는 은퇴 이후 부족한 생활비를 은행에서 빌린 5000만원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시가 5억원짜리 34평형 아파트를 주택금융공사에 담보로 맡기고 월 122만원씩 주택연금을 받기로 했다. 은행 대출금은 연금에서 5000만원을 선인출해 몽땅 갚았다. 최씨는 "미국 따라서 국내 금리도 오를 텐데 담보 대출을 유지하면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 같았고, 주택 경기도 부진해져서 집값 하락이 예상된다"며 "자녀들에게 집을 상속하겠다는 생각은 접었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상승 가능성에, 집값 하락 위험까지 불거지면서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연금이란, 9억원 이하의 주택(부부 기준 1주택)을 보유한 만 60세 이상 은퇴 세대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을 말한다. 23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연초 이후 주택연금 가입자는 월평균 500명 수준이었는데, 이달은 1000명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류기윤 주택금융공사 부장은 "20일까지 이미 490명이 가입했고, 가입 대기 중인 신청자들까지 포함하면 이달 가입자가 1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주택연금 가입자는 5039명이었는데, 올해는 이보다 28% 늘어난 6500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2월부터 1.9% 연금 지급액 감소할 듯


    올 연말에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가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은퇴 생활자들 사이에서 주택연금에 서둘러 가입해야 이득이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지급하는 주택 가격당 연금액은 장기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통상 집값 상승률이 높을수록, 기대수명이 짧을수록, 금리가 낮을수록 연금액이 많아진다. 하지만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데다 집값 하락 전망, 고령화로 인한 수명 연장 등의 변수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주택연금의 월 지급금이 내년 2월부터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치는 아니지만, 내년 2월부터 월 지급금이 1.9%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70세 가장이 3억원짜리 주택을 맡길 경우, 2007년만 해도 매달 106만4000원씩 평생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똑같은 조건으로 가입해도 월 98만6000원밖에 받지 못한다. 그나마 내년 2월부터 월 지급금이 1.9% 정도 하향 조정될 예정이어서 매달 수령하는 연금 예상치는 96만7266원가량 된다. 최근 주택연금 가입 상담을 신청한 A씨는 "얼마 전 대학 동창회에 나갔는데 주택연금이 화제가 됐다"면서 "내년 1월까지 가입해야 월 지급금을 손해 보지 않는다고 해서 부랴부랴 상담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집값 고점 찍을 때 가입해야 유리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들의 거주지를 살펴보면, 수도권보다는 집값이 많이 오른 지방에 살고 있는 은퇴자의 문의가 많다. 집값이 고점 부근일 때 가입하면 월 지급금이 늘어나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집값 상승률을 2012년 3.3%, 2014년 2.9%, 올해 2.7%로 가정했다. 즉 올해 가입하는 주택연금 가입자의 주택 가치를 올해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년 2.7% 오르는 것으로 보고 미래 담보 가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일시적인 변화일지라도 집값이 크게 오른 시점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향후 집값과 상관없이 평생토록 많아진 금액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만약 집값이 올해 1억원 오르고 내년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도 올해 주택연금을 신청하면 내년에 신청한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금액을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대전, 대구, 광주 등 대부분 지방의 아파트 가격은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엔 아파트 거래량이 20%가량 줄고, 미분양도 꾸준히 늘 것으로 보여 집값 하락 위험에 노출됐다면 주택연금 가입을 권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집값이 추락한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2025년 들어 노년층이 빚을 갚거나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팔기 시작하면 집값이 가파르게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 집 등을 팔아서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부동산 수요층인 자산 축적 연령인구(35~59세)가 2018년부터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산 축적 연령인구는 많이 줄고(21만6000명 감소) 60세 이상 인구는 많이 늘어나면서(53만8000명 증가) 2020~2024년이면 부동산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어, 금융 당국은 주택연금을 활성화해 부동산 충격을 해소하는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