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 100만원 팔면 수수료 30만원... 백화점 甲질 여전

    입력 : 2015.12.29 09:44

    백화점에 입주한 업체들, 인테리어·광고비까지 부담
    홈쇼핑도 ARS 할인 비용… 납품업체가 추가로 떠안아
    결국 소비자에 비용 전가… 공정위 "철저히 조사해 처벌"


    A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화장품 업체 B사는 올해 1월부터 3월 사이에 6억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A백화점에 1억8800만원을 납부했다. 백화점이 책정해 놓은 판매수수료율이 34%(할인 행사는 제외)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작년에는 인테리어 비용으로 7300만원을 백화점에 냈고, 백화점이 소비자에게 사은품 명목으로 지급하는 상품권 비용도 82만원 정도 부담했다. 여기에 백화점 광고 전단 제작 등에 드는 광고 비용(52만원)도 백화점에 지급했다. 이처럼 백화점 입주 업체들에게 백화점은 갑(甲) 중의 갑(甲)이다. 이런 고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된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10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면, 30만원가량은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백화점이 먹는다. TV홈쇼핑도 백화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TV홈쇼핑에 납품하는 업체는 100만원당 33만원 이상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입점 업체들 100만원어치 팔면 백화점에 30만원 수수료 지불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상반기 롯데·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 7곳과 GS·CJ 등 6개 TV홈쇼핑 업체가 납품 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27.9%로 나타났다. 입주 업체들이 100만원을 팔면 30만원 정도는 백화점에 갖다 바쳐야 한다는 얘기다. 백화점별 수수료율을 보면, 롯데백화점이 28.5%로 가장 높았고, 신세계백화점(28.4%), AK 플라자(28.1%), 현대백화점(27.5%) 순이었다.



    납품 업체 규모별 수수료율에는 차이가 있었다. 대기업인 입점 업체가 백화점에 내는 수수료율은 29.3%였고, 중소기업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27.7%였다. 이에 반해 해외 명품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평균 수수료율은 중소기업보다 낮은 22.1%로 나타났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유명 명품 업체는 백화점이 오히려 유치하기 위해 구걸하는 상황이다 보니, 수수료를 낮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도 백화점이 부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TV홈쇼핑이 납품 업체에 부과하는 평균 판매수수료율은 33.5%였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홈쇼핑이 36.7%로 가장 높았고, 홈앤쇼핑이 31.1%로 가장 낮았다.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 업체는 방송을 송출해주는 종합유선방송사(SO) 등에 평균 11.5%의 송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백화점보다 수수료율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백화점과는 달리 대기업 납품 업체가 홈쇼핑에 내는 평균 수수료율(31.4%)이 중소기업 납품 업체 수수료율(34.0%)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을 납품하는 대기업은 물건 배송을 스스로 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은 점,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반품(返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등이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비용, ARS 할인 비용까지 떠넘겨


    작년 한 해 동안 백화점 입점 업체들은 판매 실적에 비례하는 수수료 외에도 인테리어(매장 인테리어를 바꾼 경우)와 광고비, 사은품 구매 등의 명목으로 평균 5000만원을 추가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비용 대부분은 인테리어 비용(4700만원)이었고, 판매촉진비(220만원)와 광고비(50만원)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체별로 보면 인테리어비는 롯데백화점 입점 업체가 6140만원을 부담해야 해 가장 비쌌으며, 동아백화점이 가장 저렴(2360만원)했다. 백화점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상품권 등 사은품 지급에 드는 비용(판매촉진비)도 입점 업체가 부담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세계백화점이 입점 업체에 가장 많은 610만원을 받아낸 반면, 동아백화점은 입점 업체에 판매촉진비를 부담시키지 않았다. 이 밖에 롯데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전단과 같은 광고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입점 업체에 부담토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홈쇼핑 업체도 수수료 외에 소비자가 ARS 전화로 구입할 경우 소비자에게 할인해주는 비용(2550만원)과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할 경우 드는 비용(2890만원), 사은품 지급 등에 따라 발생하는 판촉 비용(1860만원) 등을 납품 업체에 추가로 부담토록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 간 수수료율을 정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지만, 계약된 것보다 추가로 부담토록 하는 등의 행위는 철저히 조사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