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고백'한 최태원, SK 어디로... 주가는 5% 넘게 하락

    입력 : 2015.12.31 09:54

    [崔회장 이혼 여부 따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최 회장 자산 대부분이 주식… 재산 분할 땐 지배력도 약화


    崔측 "소송보다 대화로…"
    盧 "가정 지킬 것" 입장 여전


    SK그룹이 오너 일가(一家)의 '가정 불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태원(55) 회장이 아내인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자 이혼 이후 재산 분할로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은 4조원으로 추정되지만 모두 계열사 주식이다. 이혼 시 노 관장에게 넘겨 줄 수 있는 재산도 계열사 주식밖에 없다.


    올해 증시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주가는 전날보다 3.99%(1만원) 내린 24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1.6%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이틀 새 주가가 5% 넘게 급락한 것이다.



    SK㈜의 최대주주는 지분 23.4%를 보유한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을 통해 SK㈜ 지분 일부를 넘겨주고 이혼할 경우 그룹 전체 경영권에 대한 최 회장의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


    ◇SK㈜, 이틀 새 5% 넘게 하락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들이 최 회장의 이혼으로 SK그룹의 지배 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서울 한남동 빌라와 경기도 이천 밤 농장 등 부동산을 갖고 있지만,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은 1% 미만이다. 노 관장은 현재 SK㈜ 0.01%, SK이노베이션 0.01% 등 약 32억원어치의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로선 경영권을 행사할 만한 지분율이 아니지만, 이혼 과정에서 최 회장의 주식을 넘겨받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노 관장이 그룹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하며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요구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SK그룹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실세(實勢)로 있던 1980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을 인수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경영권을 따냈다. 법무법인 '타임'의 이형우 대표변호사는 "남편의 사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전업주부가 이혼 소송에서 최대 20% 재산 분할을 받은 판례가 있다"며 "노 관장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남편의 재산 형성·유지에 기여한 점을 입증하면 상당 비율 재산을 분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까지 안 간다"는 관측도


    하지만 노 관장이 재산 분할을 통해 SK㈜ 지분을 넘겨받더라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이 SK㈜ 주식 절반(지분율 11.7%)을 넘겨주더라도, 최 회장과 여동생인 최기원씨의 지분(7.46%)을 합치면 지분율이 20%에 육박해 경영권 유지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그룹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며 "노 관장이 자녀를 위해서라도 섣불리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봐도 당장 이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 회장은 이혼 의사를 공개한 지난 29일부터 이틀 연속 SK그룹 서울 서린동 사옥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노 관장도 같은 건물에 있는 아트센터 나비에 이틀 연속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SK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가정 불화를 실토한 것은 자신의 오랜 부담을 털어내려는 게 주목적"이라며 "소송보다는 시간을 갖고 노 관장과 대화로 풀겠다는 게 최 회장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도 '가정을 꿋꿋이 지키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이혼에 합의하거나 이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두 사람은 당분간 별거 상태를 유지하며 지금처럼 '법적 부부'로만 지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