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배당금 22兆... 수익률 처음으로 기준금리 추월

    입력 : 2016.01.05 10:02

    지난해 배당금 역대 최고치
    정부, 배당·투자 짠 기업에 세금… 주주환원 정책 확대 덕분
    기업들 주주 친화 전략 잇따라 올해도 배당주 투자 늘어날 듯


    2015년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금 규모가 22조원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평균 배당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현 1.5%)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KDB대우증권은 4일 "국내 상장사의 2015년 배당금 총액이 22조29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전체 상장사 가운데 예상 주당배당금(1주당 지급되는 배당금) 자료가 존재하는 종목(전체 시가총액의 약 90%)을 대상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번 배당금 예상 총액은 역대 최대치였던 2014년(16조5530억원)보다 5조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배당금 총액이 커지면서 주가 대비 주당배당금의 비율을 뜻하는 평균 배당수익률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사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011년 1.54%에서 2012년 1.33%, 2013년 1.14%, 2014년 1.13%로 해마다 떨어졌다. 그러나 작년에는 정부가 기업의 배당을 유도하고 삼성 등 주요 그룹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는 동안 기업 주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배당수익률이 높아졌다.



    증권업계는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수익률(1.5~1.6%)이 한국은행 기준금리(현 1.5%)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당수익률이 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1.3~1.8%)보다 높아지면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시중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사상 최대 배당 잔치…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


    증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15년 배당금 총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을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이 18조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고, 교보증권이 예상한 코스피200지수 내 상장사의 배당금 총액(15조1900억원)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배당금이 늘어난 것은 무엇보다 2015년 증시 트렌드였던 '주주환원 정책 확대' 덕분이다. 정부가 공기업들의 적극적인 배당을 강조하는 한편 이익의 일정 부분을 투자·배당·임금 등에 쓰지 않고 쌓아둔 대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이른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작년 3월부터 시행하면서 주주환원정책이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11조원대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고,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대기업들도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면서 배당 규모 확대에 동참했다.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의 배당수익률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라며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도 많았고, 마침 최근 4개 분기 연속 국내 상장사 순이익이 증가해 주주환원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올해도 '배당주 강세' 전망… 배당수익률 외에 실적 등도 봐야


    작년 12월 28일까지 배당주(株)를 보유하거나 매수한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받지만, 배당락(落)일인 12월 29일 이후에 주식을 산 투자자는 배당금 수령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16년에도 배당주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도 정부의 배당 강화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당장 오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1%대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배당 투자의 매력은 더 높아졌다. 은행에 돈을 넣기보다 배당주에 투자했을 때 기대수익률이 더 높다는 얘기다. 일본도 배당수익률이 10년물 국채 금리를 역전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배당주 투자 성과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기업의 배당 수준을 미리 알고 투자할 수는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거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 추이, 올해 이익 전망 등을 따져보고 배당주를 선별하라고 권한다. 또 대주주 지분율이 높으면 배당금을 더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종목을 직접 고르기 어렵다면 배당주 펀드에 들면 된다. 국내에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등 50여개 배당주 펀드가 출시돼 있다.


    한화투자증권 송재경 연구원은 "배당을 꾸준히, 많이 하는 주주 친화적 기업일수록 우량한 기업인 경우가 많다"면서도 "다만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도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 실익이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고배당 기업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