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07 09:55
- 'CES 2016' IT와 자동차의 만남
기아車 첫 언론 발표회 문전성시
포드는 구글 대신 아마존과 제휴… 車·가전제품 제어 '에코' 선보여
퀄컴·엔비디아 등 IT 기업들도 자동차용 반도체·부품 경쟁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6'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연중 건조한 사막 기후이지만 올해는 개막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계속 비가 내리는 중이다. 개막 하루 전인 5일(이하 현지 시각) 오전 7시 30분,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맨덜레이베이 호텔의 컨벤션센터는 자동차 회사 포드의 발표회를 보러 온 취재진과 업체 관계자 1000여 명으로 일찍부터 붐볐다. 무대에 오른 마크 필즈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무인차) 13종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4시 이 호텔의 다른 회의장에서는 기아자동차가 언론 발표회를 열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준비된 좌석 150개는 행사 시작 전에 모두 차서 나머지 참석자들은 서서 발표를 들었다. 현장의 기아차 관계자는 "자리가 빌까봐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100여 명이 더 왔다"고 말했다.
-
- ▲ 5일(현지시각) 'CES 2016' 주 전시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기아자동차 부스에서 모델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해 자율주행 자동차 탑승 체험을 하고 있다. 기아차는 자율주행 가상현실 기기를 비롯해'쏘울EV'자율주행차 등을 전시했다. /뉴시스
두 사례는 올 CES에서 전통적인 주인공인 전자제품 못지않게 자동차의 위상이 대폭 높아진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자율주행차·전기차가 본격 등장하면서 자동차 산업에서 IT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자동차 회사와 IT 기업의 연합도 활발해졌다.
◇CES 주역으로 떠오른 자동차 업체들
기아차는 이날 행사에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란 새 브랜드를 발표했다. 운전자 없이도 저절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서비스를 모두 아우르는 브랜드다. 현대차그룹 차량IT센터장 황승호 부사장은 "2018년까지 20억달러(약 2조3906억원)를 투자해 무인차 관련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CES 전시장에 '쏘울 EV' 무인차도 선보였다. 전기로 움직이는 이 차는 운전자 개입 없이도 앞 차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가는 기술, 자동주차 기술 등을 탑재했다.
-
- ▲ 5일(현지 시각) 폴크스바겐이 선보인 전기 미니버스'버디(Budd-e)'의 운전석. 컴퓨터와 연결된 대형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음성으로 명령하면 각종 기능이 실행된다. /AP 연합뉴스
포드는 CES에서 구글과 자율주행차 공동 생산을 발표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깨고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과 제휴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발표회장의 대형 화면에 아마존 로고가 나타나자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웅성거렸다. 포드는 아마존이 출시한 '에코'를 통해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길이 23㎝의 동그란 원통형 막대처럼 생긴 에코는 무선으로 연결된 가전제품을 음성 명령으로 조종하는 기기다. 포드는 사용자가 거실에 앉아 에코에 대고 "시동 좀 걸어 줘"라고 말하자 차고에 있는 자동차의 시동이 걸리는 장면을 보여줬다. 또 귀갓길 차 안에서 에코에 "집에 불 좀 켜둬'라고 하자 가정의 전등이 켜지는 장면도 나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포드가 자율주행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온 구글을 견제하기 위해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구글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주도권을 잃은 스마트폰 업체들처럼 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단말기 제조사들이 제품을 많이 팔수록 운영체제(OS)를 장악한 구글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조다. 자동차 업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될까봐 우려한다는 의미다.
포드는 민간용 드론(무인항공기) 세계 1위인 중국 DJI와도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재난 지역에 자동차와 드론을 투입해 구호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IT 기업들은 자동차 업계에 구애
자동차 업계에 대한 IT 기업들의 애정공세도 계속됐다. 자동차용 반도체와 전자장비 등을 내놓고 "우리 제품을 써주세요"라고 앞다투어 제안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AP(응용프로세서) 분야 최강자인 퀄컴은 이번 CES에서 자동차용 신제품 '스냅드래건 820A'를 선보였다. 독일 아우디가 내년 출시할 신모델에 최초로 이 반도체를 탑재한다. 이 반도체는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서 특정 기능을 실행하거나 LTE(4세대 이동통신)로 통신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래픽칩 업체 엔비디아는 자동차용 수퍼컴퓨터 '드라이브 PX2'를 공개했다.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감지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주위의 장애물을 인식해 주행 상태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폴크스바겐 승용차부문 헤르베르트 디스(Diess)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기조연설자로 나서 전기차용 미니버스 '버디(Budd-e)'를 공개했다. 무대에는 LG전자 클라우드센터장 최성호 전무가 등장해 가전제품과 연결되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을 소개했다. 최 전무는 "차에 타면 집 안의 전등이 꺼지고 가전제품이 자동으로 절전모드에 들어가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은 "버디의 스마트홈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LG전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