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는 家計... 저축률 급상승에 내수 절벽 우려

    입력 : 2016.01.08 09:14

    최근 3년새 5.3%서 7.1%로 증가
    적정 규모의 저축은 필요하지만 과잉땐 소비 위축, 경제 활력 저하


    "소득계층별로 소비 유인하는 맞춤형 정책 필요" 전문가 지적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이 꾸준히 올라, 내수(內需)에는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총저축률은 국민총가처분소득에서 지출 및 소비를 뺀 부분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총저축률이 오른다는 것은 국민들이 소비를 자제하고 저축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가계 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하면서 저축을 어느 정도 늘리지 않으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축률 상승이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하지만 총저축률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가계가 지갑을 꽁꽁 닫으면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지난해 1분기 17년 만의 최고인 36.5%를 기록한 이후, 2분기(35.3%)에는 주춤하는가 싶더니 3분기에는 다시 0.5%포인트 상승했다. 사상 초유의 1%대 저금리 기조가 1년 가까이 이어진데다 정부가 하반기에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고, 개별소비세를 인하하는 등 내수 진작을 위한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경제 주체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갑 닫는 가계… 저축률 상승 이끌어


    총저축은 가계·기업·정부의 저축(소득-소비)으로 구성된다. 저축은 투자재원이 되고 외부 충격 시 비상금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적정 규모의 저축은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저축이 과잉 상태가 돼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저축의 역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가 안정된 선진국일수록 경제 주체들의 소비 비중이 커져서 총저축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2014년 기준 미국·영국의 총저축률은 각각 18.3%, 12.8%이며 유럽연합은 22.3%, 일본은 21.1%(2013년)다. 반면 여전히 투자 수요가 많은 중국의 저축률은 48.8%로 높고, 대만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33%다.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중진국 수준에서 과잉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총저축률 상승세를 이끄는 주체가 가계라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1~2014년)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총저축률은 5.3%에서 7.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기업과 정부의 총저축률은 각각 2%, 14%가량 감소했다. 작년 수치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률(7.1%)은 미국(4.8%)이나 일본(0.8%)에 비해선 높지만 유럽연합(6.5%)과는 비슷하고 독일(9.5%)보다는 낮다. 한은 관계자는 "3~4년 전만 해도 가계 저축률이 너무 낮아 문제였는데, 최근엔 상승세가 가팔라 내수 위축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계층별 맞춤형 소비 촉진책 마련해야"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소득 5분위별 가구당 소득·지출'에서도 가계의 '소비 부진·저축률 상승' 추세가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순소비지출 비율)은 71.5%로 1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2014년 4분기(10~12월)와 같았다. 평균소비성향이 71.5%라는 얘기는 월 100만원을 버는 집(가처분소득 기준)이 71만5000원을 쓰고 28만5000원을 비축했다는 뜻이다. 평균소비성향은 지난 2011년부터 4년 연속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침체의 원인을 소득 수준별로 나눠서 설명한다. 중산층의 경우는 평균수명 증가에 따른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서, 저소득층은 부채 증가에 따른 부담 때문에 지갑을 닫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대 김대종 교수는 "최근의 저축률 상승과 소비성향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며 "국민연금이 2040년이면 고갈된다는 말이 나오는 등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예전처럼 '많이 벌면 많이 쓰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고소득층은 소비를 늘리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소득 1~4분위 가구는 지난해 1~3분기 내내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한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증가세(57.9%→61.3%)를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득계층별로 맞춤형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빚 많은 저소득층에는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정책적 지원을 통해 소비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고, 중산층 이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비하게끔 하는 유인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임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저소득층은 가계부채, 노후 생활비 등을 감안할 때 저축을 꾸준히 하게끔 유도하면서 실질 소득을 올려줘야 하고, 고소득층은 레저·휴양·자녀교육 등에서 해외 소비보다 국내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