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08 09:21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 총괄, 이마트 집중…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
재계 "이명희 회장이 자녀들의 경영 실력 테스트 하려는 것"
신세계그룹이 최근 그룹의 두뇌 역할을 하던 전략실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대형마트 법인인 이마트와 백화점 회사인 신세계에 전략실 기능을 나눠 이전시키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경영이 이전보다 더 구분되면서 신세계 오너가(家) 남매의 역할도 명확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을 여전히 총괄하면서도 이마트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정유경 사장은 백화점 부문을 맡아 본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빠는 이마트 강화, 동생은 영역 구축
신세계그룹은 지난 달 조직 개편을 통해 그룹 산하에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이라는 새로운 부문을 만들었다. 전략실엔 인사·재무·감사 기능만 남기고, 기획·개발·홍보·사회공헌 등 기능은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으로 각각 분리 배치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사에 있는 그룹 전략실로 3일, 이마트 성수동 본사로 2일 출근해왔지만 지난 달 부터는 이마트에 3일, 전략실에 2일 출근한다. 여전히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그룹 전체를 총괄하지만 이마트에 과거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전략실장이던 김해성 부회장도 작년 말 승진 후 이마트로 배치됐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 포부를 밝히면서 "이마트를 더욱 이마트답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백화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마트 부문은 신세계조선호텔·신세계프라퍼티(부동산 개발회사)·에브리데이리테일·위드미에프에스(편의점)·신세계푸드·스타벅스코리아·신세계TV쇼핑 등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지난 달 그룹의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구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신세계가 계열사로 거느린 신세계인터내셔날(의류)·신세계사이먼(아웃렛) 등 10여개사를 총괄하게 된 것이다. 특히 작년 말 사업권을 따낸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도 백화점 부문의 신세계DF가 운영한다.
두 부문의 규모는 이마트 쪽이 훨씬 크다. 매출만 해도 이마트 부문은 11조원으로 2조5000억원대인 백화점 부문의 4.4배다.
◇1분기 실적, 출점 성공 여부가 첫 성적표 될 듯
당장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1분기 실적이 주목된다. 최근 그룹이 해마다 300억원대 적자를 보던 김해공항 면세점을 폐점키로 한 것도 실적 관리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해 면세점은 이마트 부문이 담당했지만, 백화점 부문으로 통합될 예정이었다. 정 사장 입장에선 받고 싶지 않고, 정 부회장 입장에선 넘겨주기 미안한 사업이어서 과감히 철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백화점 부문은 올해 4개의 백화점 신규 출점(김해·대구) 또는 증축(강남·부산), 서울 면세점 출점을 앞두고 있다. 이마트 부문도 올해 10월 개장 예정인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하남 유니온스퀘어)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간편 결제인 'SSG페이', TV쇼핑, 최근 1000호점을 돌파한 편의점 위드미 사업 등을 각 1조원대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명희 회장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책임 분리를 통해 남매를 테스트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법인 지분을 각 18%씩 보유한 최대주주다. 정 부회장이 각 회사당 7.3%씩을, 정 사장이 각 2.5%씩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