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5년來 최저... 소로스 "2008년 금융위기 연상시킨다"

    입력 : 2016.01.08 09:38

    - 너무 빠른 위안화 가치 하락
    中, 경기둔화 막으려 환율 개입… '위안화 약세→증시폭락' 악순환
    亞증시 하락 등 글로벌 금융 출렁


    - 한국, 北核엔 무덤덤했는데…
    원화 약세, 달러당 1200원 돌파


    새해 들어 위안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작년 여름 위안화 폭락 때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 것과 같은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5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뜨리자 상하이 종합지수와 CSI300 지수가 각각 7% 이상 하락하며 장 초반 거래가 정지됐다. 홍콩 H지수(-4.2%), 일본 닛케이지수(-2.33%), 한국 코스피지수(-1.1%), 대만 가권지수(-1.73%)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후 개장한 유럽 주요국 증시도 장중 2~3%가량 일제히 떨어지며 공포감이 유럽 대륙까지 번졌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앞서 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다는 뉴스에도 비교적 무덤덤하던 한국 금융시장마저 7일 중국 위안화의 급속한 평가절하 소식에는 화들짝 놀라 코스피지수가 장중에 1901까지 내려가고, 환율은 껑충 뛰어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섰다.


    헤지펀드계의 전설 조지 소로스는 7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중국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는 과정에서 위안화를 절하시킨 일이 전 세계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며 "(최근 국제 금융시장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우려했다.


    ◇中, 무리한 환율 전쟁… 경기 우려 키워


    중국 정부는 급속히 식어가는 자국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환율을 '무기'로 꺼내 들었다. 7%대를 달성했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분기 들어 6.9%로 주저앉았고, 예측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의 적극적인 돈 풀기 정책으로 유로화 환율이 달러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중국의 대(對)유럽 수출이 타격받고 있다.


    문제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위안화 가치 하락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이다. 블룸버그가 세계 주요 투자은행(IB)과 증권사 64곳을 통해 조사한 올 1분기 위안화 환율 전망은 1달러당 평균 6.53위안 수준이었다. 하지만 7일 위안화 가치는 벌써 1달러당 6.56위안까지 내려갔다. 위안화의 과도한 평가절하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경기가 나쁘면 이 정도로 통화 가치를 떨어뜨릴까' 하는 우려를 낳고, 이 때문에 자금 유출이 일어나 증시가 폭락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최대 7.6위안 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역내외 환율 격차가 사상 최대로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 6일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314위안이었고, 중국 내 외환시장에서는 고시 환율과 비슷한 달러당 6.55 수준에서 거래됐다. 반면 홍콩·런던 등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달러당 6.69위안 수준에 거래됐다. 역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위안화를 산 단기 투자자들이 역내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치에 팔아 차익을 얻을 여지가 생기고, 이렇게 되면 역내 위안화는 추가로 떨어진다.


    ◇원화에도 거센 나비효과


    다우존스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계속 용인한다면 중국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7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4개월 만에 달러당 1200원을 돌파했다. 유안타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한국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특히 높고, 원화는 외환시장에서 제한적으로 거래되는 위안화를 대신해 매매되는 일종의 '대리 통화' 역할을 하고 있어 위안화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