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11 09:27
콘텐츠 제작 방식 규격 없어 관련 업체들 주도권 싸움도
HDR TV를 구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멋진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HDR로 촬영한 전용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TV를 UHD(초고화질) 모델로 바꿔도 UHD 콘텐츠가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과 마찬가지다.
유튜브·넷플릭스·아마존 등 동영상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은 최근 HDR 콘텐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VOD(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일반 화질보다 고화질 영화가 시청 요금을 더 받는 것처럼 HDR 콘텐츠는 더 비싼 요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HDR 영상 제작에 필요한 전용 카메라는 이제 막 시장에 나오기 시작한 상태다. 이 때문에 콘텐츠 제작 업체들은 과거에 촬영해둔 영상의 화질을 높여 재가공하는 방식(리마스터링)으로 HDR 콘텐츠를 만든다. 지금 나와 있는 HDR 영상은 대부분 이런 종류다. 단, 촬영한 지 오래된 영상은 HDR로 리마스터링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방식은 전용 카메라 같은 장비를 새로 갖추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HDR로 찍은 것과는 아무래도 화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츰 전용 카메라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 관계자는 "더 높은 가격에 영상을 판매하고 싶은 콘텐츠 기업과, HDR을 적용한 신제품 TV를 더 비싸게 팔고 싶은 제조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HDR 기술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기업들은 HDR 영상 제작 방식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1000니트 이상 밝기를 갖춰야 HDR TV라고 하는 것처럼, HDR 콘텐츠가 충족시켜야 하는 규격을 정하는 경쟁이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것과 비슷하게, 앞으로 HDR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때 자사(自社)의 기술 방식이 표준처럼 널리 쓰이게 하려는 것이다. 유튜브와 음향·영상 전문 회사 돌비 등이 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올해 CES에 참가한 TV 회사들은 넷플릭스·아마존 등 여러 콘텐츠 업체가 만든 HDR 영상을 상영했다. 관람객들이 화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여러 방식으로 제작된 HDR 영상을 모두 재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