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등장한 高분양가 아파트, 흥행 성공할까

    입력 : 2016.01.11 10:03

    작년 청약은 대부분 성공했지만 일부 단지 과도한 분양가에 발목
    평균 수십대 1 청약경쟁률에도 실제 계약은 부진한 경우 많아
    올해 금리인상·대출규제 등 악재… 고분양가가 시장 경색시킬 우려


    새해 벽두부터 서울 잠원동 '신반포자이' 아파트 분양 가격이 3.3㎡당 평균 43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 고(高)분양가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2014년 처음으로 3.3㎡당 4000만원대를 돌파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지난해에도 4000만원 넘는 단지가 잇따라 등장했다. 대부분 아파트가 청약에는 성공했지만 일부 단지는 과도한 분양가에 발목이 잡혀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분양가 책정이 주택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분양에 성공한다면 주변 재건축 아파트의 연쇄적인 분양가 인상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흥행에 실패하면 강남 재건축 시장은 물론 가뜩이나 위축된 전체 분양 시장에 또 다른 악재(惡材)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분양가 인상 러시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는 2013년 이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3.3㎡당 평균 3555만원으로, 2014년(2102만원)보다 1400만원 정도 상승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는 3.3㎡당 평균 3800만원 넘는 재건축 아파트만 6곳이 쏟아졌다.



    작년 10월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는 3.3㎡당 3850만원, 같은 달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 써밋'은 3.3㎡당 4040만원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반포동에서 '반포래미안 아이파크'가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4240만원)에 공급됐다.


    하지만 이 기록은 불과 두 달여 만에 깨지게 됐다. 이달 15일 분양하는 '신반포자이(일반 분양 153가구)'가 평균 4250만~4300만원대로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다. 애초 이 아파트 재건축 조합 측은 분양가를 3.3㎡당 4500만원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고수했지만 최근 위축된 분양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약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는 한 곳이 분양가를 올리면 이에 자극받은 인근 재건축 단지들이 도미노처럼 분양가 인상 대열에 뛰어들었다"면서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단지, 실제 계약은 지지부진


    고분양가 아파트들은 평균 수십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은 지지부진하다. 반포동 일대 일부 고분양가 아파트는 미분양이 남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완판(完販) 행진을 벌이던 반포동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결국 고분양가가 발목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평균 21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반포센트럴푸르지오 써밋'은 현재 계약률이 90% 선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반포래미안 아이파크'도 계약률이 8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아파트는 계약이 기대에 못 미치자 최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중도금 이자 후불제를 중도금 무이자로 변경하고 현관 중문(中門)과 오븐,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임지정 사주와부동산 대표는 "작년 12월 중순 이후에는 분양 문의 전화가 뚝 끊겼다"면서 "분양가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확산하면 시장 경색 우려"


    올해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할 재건축 단지는 모두 14곳, 1만3983가구에 이른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이 4000여 가구로 예년(2000~3000가구)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의 일반 분양가가 상승하면 조합원들이 내는 분담금은 줄어든다"면서도 "일반 분양 물량이 팔리지 않으면 조합원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분양 대행사인 '건물과사람들' 최창욱 대표는 "신반포자이의 성적표에 따라 입지별로 분양가 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초기 계약률이 낮을 경우 앞으로 분양 예정인 아파트들의 분양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고분양가 단지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전체 주택 시장 분위기도 달라질 수 있다"며 "올해는 금리 인상, 대출 규제 강화, 공급 과잉 우려 등 3대 악재가 있는 상황이어서 지나친 고분양가는 시장 분위기를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