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12 09:44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4파전… 본부장 성향 따라 금융투자 영향
5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굴리는 글로벌 3위, 국내 1위의 '큰손' 국민연금의 사령탑을 누가 차지하게 될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최고운용책임자) 자리를 둘러싼 각축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연금 최광 전(前) 이사장과 홍완선 본부장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최광 이사장이 물러나고 홍 본부장의 임기도 지난해 11월 초 만료됐지만, 그동안 후임자 인선 작업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지난달 31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이제 기금운용본부장 후보군은 문 이사장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기금운용본부장은 공단 이사장이 제청하면 장관이 임명하는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 "누가 임명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투자 업계의 투자 방향이 영향받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시장에서는 큰 관심사다.
◇기금본부장 후보 4파전
기금운용본부장의 최종 후보군으로는 강면욱(57) 전 메리츠자산운용 사장, 권재완(59) AJ인베스트먼트 부사장, 이동익(58) 전 한국투자공사(KIC) 투자운용본부장, 정재호(58) 유진PE 대표(이상 가나다순) 등 4명으로 압축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이동익 전 본부장이 유력한 가운데, 강면욱 전 사장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동익 전 본부장은 경복고, 고려대를 나와 미 조지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삼성생명 해외투자팀장, 스틱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장, KIC(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우리나라 외화 국부(國富)를 해외에서 운용하는 KIC에서 75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해봤고, 사모투자펀드(PEF)인 스틱에서 대체 투자(주식·채권 이외의 대안 투자) 경험을 쌓았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국내 주식 운용 경험이 많지 않다는 건 약점이다. 강면욱 전 사장은 공모 초기만 하더라도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의 고등학교(대구 계성고), 대학교(성균관대) 1년 후배라는 것 때문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외 관계 조율이 쉽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강 전 사장은 ABN암로·슈로더 등 외국계 금융사 근무 경험이 있고 자산운용사 사장까지 지내긴 했지만, 경력의 상당 부분이 투자 운용보다는 마케팅이라는 게 약점이다.
업계에선 권재완 부사장이나 정재호 대표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권 부사장은 대구고와 경북대를 나오고 옛 상업은행, 씨티은행 등 은행권에서 근무하다 2010년 4조원을 굴리는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에까지 올랐다. 물러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과 대구고 동기 동창이라는 점이 오히려 흠으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경력을 은행에서 쌓았다는 것도 투자 업계에선 약점으로 본다. 정재호 대표는 2013년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때 홍완선 본부장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보성고, 성균관대를 나와 BNP파리바, 굿모닝신한증권(현 신한금투) 등에서 투자 업무 경험을 쌓아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름이 알려져 있다. 정 대표는 40조원을 굴리는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본부장까지 역임했다. 해외 투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투자 업계, "전문성 우선으로 선임해야"
금융투자 업계에선 기금운용본부장을 선정하는 제1의 기준은 무엇보다 뛰어난 전문성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학맥과 인맥이 선택 기준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A자산운용사 사장은 "학맥과 인맥에 휘둘려서는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주눅들지 않고 국내외 투자를 이끌어갈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자산운용사 사장은 "현재 기금운용본부장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은 기존 자산운용 업계에선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독불장군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업계와 호흡을 맞춰야 국내 주식·채권 시장이 같이 커질 수 있는데 시장 분위기를 모르는 분이 선임될까봐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해외 투자와 대체 투자를 늘리는 데 관심과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할 경우 우수 인재가 이탈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를 막는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