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0 10:36
[不實우려 기업 지원하는 '원샷법'은 대기업 특혜법? Q&A로 보는 진실과 오해]
- 원샷법 왜 추진하나
공급 과잉 업종의 M&A 등 선제 구조조정 위해 특별법 필요
- 대기업엔 어떤 혜택?
사업재편 간소화·세제 지원… 정부 "野 주장한 독소조항 수정"
- 10대 그룹은 대상에서 빼면 안되나
수익성 급속 악화되고 협력社도 많아… 제외하면 실효성 없어
- 삼성, 경영권 승계에 악용?
野 "주총 아닌 이사회서 합병 가능"… 정부 "4重 안전장치 마련"
- 중견·중소기업 혜택은
신사업 진출 때, 대기업은 못받는 R&D 자금 등 받을 수 있어
정부·여당과 재계의 요즘 최고 관심사는 국회에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이달 18일부터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 판교에 마련된 가두 서명대를 직접 찾아가 서명했다. 경제 활성화 법안 가운데 대표 선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다. 작년 7월 초 국회에 상정된 이 법은 야당의 반대에 막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 논의(4차례)만 했을 뿐 7개월째 제자리 걸음 상태이다.
①원샷법이 왜 꼭 필요한가
원샷법은 부실기업에 대한 사후(事後) 지원이 아니라 부실 징후가 높은 정상기업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돕는 게 목적이다. 공급 과잉 상태로 부실기업이 양산되기 직전인 업종이 가장 유력한 대상이다. 대기업 간은 물론 대·중견·중소기업 간 사업 교환(맞바꾸기)과 신사업 추진·업종 전환 같은 사업 재편(再編) 등을 지원해 업계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과잉 공급 업종인 A철강사가 특수강 사업 부문을 B사에 매각할 경우 현재는 상법과 공정거래법상의 규제를 따로따로 받아 합병을 매듭짓는 데 120일 정도 걸린다. 하지만 원샷법 적용 시 주주총회 소집 절차 등이 대폭 간소화돼 최장 45일 정도 줄어든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원샷법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 40% 미만 보유를 최장 3년 허용한다. 합병 후 신설되는 법인의 등록면허세를 깎아주고 합병에 따른 주식양도차익(差益) 과세 연기 같은 세제 혜택도 있다.
②원샷법은 진짜 대기업 특혜법인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샷법은 대기업 특혜법이므로 10대 대기업집단(재벌)을 적용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샷법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하고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야당 측이 지적해온 '독소 조항'을 수정하고 대기업 특혜 가능성을 막았다"고 말했다. 먼저 경영권 승계 목적의 합병에 대해선 민관합동 심의위원회의 거부를 의무화했다. 당초 '심의위원회가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강화 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으나 '사업 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 지배구조 강화, 일감 몰아주기인 경우 심의위원회가 승인을 거부해야 한다'고 바꿨다. 경영권 승계 등의 목적으로 사업 재편 승인을 받은 사실이 사후에라도 판명되면 승인을 취소하고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대기업의 악용 여지를 봉쇄하고 대기업에 유리한 내용은 대부분 빼 대기업 입장에선 '반(半)샷법'"이라고 말했다.
③철강·조선·석유화학 등 3개 업종만 적용하면 안 되나
야당은 "10대 그룹을 제외하는 대신 부실이 심한 철강·조선·석유화학 3개 업종만 예외적으로 대기업도 원샷법 대상으로 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재계는 "1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조차 최근 수익성이 급속 악화되는 데다 이들이 수많은 협력사를 두고 있는 만큼 10대 그룹을 빼면 원샷법의 실효성이 없다"고 반대한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세계경제 악화로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 이외에 다른 업종도 과잉 공급 우려가 높은 게 현실"이라며 "특정 업종만 사업 재편 대상으로 한정하면 금융권이 해당 업종 기업을 부실기업으로 낙인찍어 대출 회수에 나서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④원샷법은 삼성 경영권 승계 '도구'인가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원샷법에서 정부가 신속한 사업 재편을 위해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없는 '소규모 합병' 대상 기업을 합병 주체 기업의 시가총액 '10% 미만'에서 '20% 미만'으로 확대한 조항을 삼성이 악용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 강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원샷법 반대 진영에선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주장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총 지분 중 11.2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SDS를 합병할 경우 이 부회장의 그룹 전체 지배권이 강화된다. 실제로 이달 19일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각각 172조원과 19조원이다. 즉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1% 정도다. 이에 따라 원샷법이 통과되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두 회사 간 합병이 가능하며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현재 0.57%)을 1%대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 SDS는 원샷법 대상인 과잉 공급 업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심의위원회 승인 거부 같은 4중(重) 장치가 있어 원샷법을 이용한 합병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성인 교수는 "심의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장치가 경영권 승계 같은 중대 사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재반박한다. 이에 대해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삼성전자와 삼성SDS 사례는 매우 극단적인 가상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삼성이 원샷법으로 경영권을 편법 승계한다면 국내외에서 엄청난 반발과 분노에 부딪힐 게 뻔해 행동으로 옮길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⑤원샷법은 중소·중견기업에 유리한가
원샷법은 사업 재편 등을 단행한 중소기업에만 설비투자 자금, 연구·개발(R&D) 자금, 인수자금 대출 지원 같은 각종 금융 지원 혜택을 준다. 이런 지원의 대상에서 대기업은 뺐다. 이원섭 중기중앙회 실장은 "화장품·패션 등 성장성 높은 새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기업이 많다"며 "신사업 진출 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원샷법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되도록 중앙회가 발벗고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중소기업인이 실제로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