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0 10:44
[10년 이상 中서 근무한 '중국통' 3인방의 생존 비법]
- 최종양 이랜드 법인장
2003년 사스로 기업들 철수할때 현지 남아 중국인에게 신뢰 얻어
- 조인현 농심 법인장
저가 중국 라면과 차별 위해 라면 맛 바꾸지 않고 흥행 성공
- 김상윤 오리온 부문장
현지를 잘 아는 한국인 쓰는게 현지인 법인장 쓰는 것보다 낫다
중국 시장은 흔히 정글에 비유될 만큼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기업 중에서도 살아남은 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중국 내 패션 사업으로 2조원대 매출을 올리며 올해 유통 사업까지 진출한 이랜드, 초코파이에 이어 '오!감자'를 흥행시키며 중국 내 2위 제과업체로 성장한 오리온, 중국의 고급 라면 시장과 생수 시장을 선도하는 농심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성공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중국에 오래 근무한 중국통(通)들이 많다는 것이다. 현지 주재원의 30~60%가 10년 이상 중국에서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최종양(54) 이랜드 중국법인장, 조인현(62) 농심 법인장, 김상윤(46) 오리온 마케팅부문장 등 세 명은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이들로부터 중국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들어봤다.
◇'관시(關係)'가 아니라 '신뢰', 중국과 진정한 친구가 돼라
최종양 이랜드 법인장은 1993년 박성수 회장과 중국을 2주간 답사한 뒤 그야말로 중국에 꽂혔다. 박 회장에게 "중국에 뼈를 묻겠다"고 했더니, "중국어는 물론 중국에 관한 책 100권을 읽으라"는 답이 돌아왔다. 8년간 중국을 파고든 끝에 2001년 중국법인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이랜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단순한 인맥이 아니라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중국에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해 해외 기업들이 대부분 철수할 때 가족 한 명 귀국시키지 않았다. "어려울 때 도망가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직원들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위생 마스크와 면역력에 좋다는 김치를 공수해 거래처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면서 "그 이후 중국 유수 유통기업인들과 가족처럼 지내게 됐고 유통업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이 "안 된다"고 할 때, 곧바로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중국에는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라는 말이 있어요. 윗사람이 원칙을 들이대며 안 된다고 해도, 아래에서 대안을 찾아내면 안 될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최근 이랜드는 상하이에 처음 문을 연 쇼핑몰 오픈 행사에 한국 아이돌그룹 엑소를 초청했다. 당초 중국 공안은 인파가 몰려 사고 위험이 있다며 행사를 금지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안전 대책을 내놨고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
◇"현지인보다 중국을 아는 한국인 관리자가 낫다"
조인현 농심 법인장은 1998년 부임한 19년차 주재원이다. 물을 부어 먹는 저가(低價) 라면만 알던 중국인들에게 '끓여 먹는 고급 라면'을 중국에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중국인들은 한국 라면을 맵고 비싸다고 여겼지만 조 법인장은 "맛을 바꾸면 중국 라면과 차별화할 수 없다"며 한국의 맛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결국 신라면·김치라면 등이 흥행하면서 농심 라면은 중국 주요 도시에서 3위에 올랐다. 조 법인장은 "정확한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묵묵히 밀고 나가면 언젠가 답이 온다"면서 "짝퉁이 나올 수 없는 제품으로 승부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부임한 김상윤 오리온 부문장은 중국인들이 익힌 토마토를 즐겨 먹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한국에는 없는 '오!감자' 토마토맛을 2006년 개발했다. 오리지널 맛보다 토마토맛이 더 큰 인기를 끌면서 '오!감자'는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중국에서 한국 과자가 올린 매출 중 최고다. 그는 "현지화를 위해 현지인 법인장을 쓰는 건 차선책"이라며 "현지를 잘 아는 한국인이 현지인을 장악하고 본사와 소통하면서 사업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