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잠재워라" 진화 나선 현대·두산그룹

    입력 : 2016.01.22 09:48

    현대상선 "법정관리는 무슨" - 벌크선 부문 매각해 1000억 확보
    회사채 상환할 4500억원 마련해… 자구 노력 알려지자 주가 상한가


    두산 "알짜 자산 매각 진행" - "공작기계 사업 매각 협상 중"
    그룹 차원에서 위기설 차단, 폭락하던 계열사 주가 반등


    현대그룹과 두산그룹이 최근 증권가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유동성 위기설 불끄기에 나섰다.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법정관리설(說)에,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산 매각 무산 소문에 각각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그룹들은 "위기설은 근거없다"고 적극 해명한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벌크 전용선 부문 매각으로 현금 1000억원을 확보하고 부채비율도 70%포인트 이상 낮춰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두산그룹도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DST 매각은 시간 문제라는 입장이다.


    ◇알짜 벌크선 팔아 1000억원 확보… 부채비율도 하락


    현대상선은 21일 공시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그 일환인 벌크 전용선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에이치라인해운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전용선은 특정 화주(貨主)와 장기 수송 계약을 맺고 해당 화주만을 위해 운항하는 선박이다. 글로벌 경기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돼 불황기 알짜 수익원으로 꼽힌다.



    이번 매각은 에이치라인해운이 현금 1000여억원에 현대상선의 부채 5000억원까지 함께 인수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상선 벌크 전용선 사업부는 포스코·한국전력·남동발전·현대글로비스 등과 계약된 철광석·석탄 수송 벌크 전용선 12척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현대상선은 일단 한숨을 돌릴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오는 4월과 7월 각각 1200억원, 24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 대비해 현대상선은 지난해 11월 현대아산 주식을 현대엘리베이터에 매각하고, 일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4500억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부족설이 계속 나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상반기 영업실적을 지켜봐야겠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 번의 회사채는 충분히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6조3000억원이 넘는 부채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12억달러(약 1조4500억원) 규모 선박 펀드를 만들어 조선·해운업계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원 조건으로 '부채비율 400% 이하'를 제시했다. 현재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800%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이번 매각으로 부채비율을 70%포인트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이날 주식시장에서 현대상선 주가는 29.8%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로 부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정부와 시장에 자구 노력을 보여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자국 해운업계를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국적 해운사 지원에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 "공작기계·DST 매각 문제없다"


    올 들어 연일 곤두박질치던 두산그룹 계열사 주가는 21일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전날보다 10% 이상 급등했다. 장중 한때 30%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발전장비 업체인 두산중공업, 그룹 지주회사인 ㈜두산도 각각 5%, 3% 정도 올랐다. 주가 급등 이유는 최근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說)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인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두산 계열사 주가는 이달 15일 일제히 폭락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 두산인프라코어가 최대 11.75% 빠졌다. 두산인프라코어가 SCPE(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와 협상을 진행 중인 공작기계 사업의 매각이 무산됐다는 소문이 퍼진 탓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무산되면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차입금을 대신 갚아야 할 수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두산은 소문이 확산되자 "유동성 위기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두산인프라코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형희 부사장은 이달 18일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현재 시장에서 우려하듯 공작기계 사업 매각이 장기 지연되거나 무산돼 자금 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추측은 심각한 오해"라고 강조했다. 다른 고위 임원도 "기본적으로 협상의 본질이 '밀고당기기'이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매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두산 자회사인 DIP홀딩스가 추진하는 방산업체 두산 DST 매각 작업에 청신호가 켜진 것도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산DST는 매각 일정이 지연되면서 한때 무산될 가능성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실시한 예비 입찰에 한화·LIG 등 국내 방산업체가 6곳이나 참여하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1일에는 DIP홀딩스가 보유하던 한국항공우주(KAI) 지분 5%를 매각해 3046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DST 매각과 KAI 지분 매각을 통해 들어오는 5000억원 이상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과 개점을 앞둔 면세점 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라면서 "현재 추진 중인 다른 재무구조 개선 작업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