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안 팔리고, 포스코 첫 적자... 철강업 '꽁꽁'

    입력 : 2016.01.25 09:35

    업계 5위 동부제철 부채 3조원, 불경기 속 인수 나서는 곳 없어
    포스코 작년 사상 첫 적자 기록… 올해 35개 계열사 청산 방침
    "이란 등 신흥 시장 개척해야"


    유례없는 불황에 허덕이는 국내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5위인 동부제철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의 간판인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처음 적자 수렁에 빠졌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립사업 지연에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 폭락으로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살 곳 없는 동부제철… 제2의 대우조선해양 되나


    "동부제철은 포스코와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권오준 포스코 회장)


    "동부제철 인수를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국내 철강사 수장(首長)들은 최근 동부제철 인수 의사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사업 시너지 부재(不在)는 물론 지금 같은 불경기에 철강 설비 증설이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동부제철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중국과 인도 철강사에도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관심을 보이는 곳은 전무(全無)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철강제품 공급과잉으로 해외 철강사도 동부제철 인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철강업체 임원은 "올해 철강회사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항목 중 하나가 유동성(현금 흐름)이고 자칫 잘못하면 회사 존립 자체가 위태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채가 3조원에 달하는 동부제철을 쉽게 인수할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부제철은 2014년 7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후 지난해 10월 워크아웃으로 전환됐다. 업계에서는 동부제철이 대우조선해양처럼 장기간 채권단을 대주주로 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공적자금 2조9000억원이 투입돼 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있는데, 이후 15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상 첫 적자, 알짜 계열사 매각… 최악 寒波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처음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적자를 냈다. 그동안 분기 단위 적자는 있었으나 연간 기준 적자는 1968년 포스코 설립 이후 4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포스코그룹의 순이익은 2013년 1조3500억원이었으나 2014년 5567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지난해에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지난달에는 창사 이래 처음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가 파산했다. 법정관리 중이던 포스코 손자 회사인 포스하이알로 이 회사에 대한 매수 인수자가 없어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국내 부실 계열사를 구조 조정해 내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까지 19개사를 매각·청산한 데 이어 올해 35개 계열사를 추가 매각 또는 청산한다는 방침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정리 대상 계열사들이 대부분 손실을 내고 있는 데다 업황도 나빠 투자자 입장에서 살 만한 매물이 없다"며 "제값을 받고 매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아그룹에 밀려 업계 4위로 내려앉은 동국제강은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채권단 출자 전환 해소 차원에서 국제종합기계 매각을 진행 중이다. 국제종합기계는 동국제강이 지분 50.82%를 갖고 있는 농기계 제조업체로 2014년 2094억원 매출과 49억원 영업이익을 올린 알짜 회사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실적 효자' 사업이었던 후판(厚板) 부문마저 수익성이 악화돼 포항의 2후판공장을 폐쇄하고,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와 보유 중인 포스코 주식 20만주(0.23%)도 모두 매각했다. 그러나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립사업이 지연되고 브라질 헤알화 가치 폭락 등으로 재무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시련이 요즘 너무 심각하다"며 "이란 등 신흥 시장을 적극 개척하고 설비 통폐합 등 업계 구조 조정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