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1.26 11:48
올해 잔액 100조원 돌파 예상… 변동성 장세 대처 빠른 게 장점
전문가 "투자자 보호장치 약해 투자 후에도 수시로 체크해야"
증권사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월 69조원 수준이던 일임형 랩 어카운트 잔액이 채 1년도 안 된 작년 11월 91조원(추산)으로 22조원이나 늘었다. 올해 100조원을 거뜬히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랩 어카운트는 주식, 채권, 펀드, 파생 상품 등 여러 금융상품을 랩(wrap)으로 싸듯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종합 자산관리계좌다. 투자자문사 조언을 받아 운용하는 자문형과 증권사가 운용을 담당하는 일임형(맞춤형)으로 나뉘는데, 일임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랩 어카운트는 2000년대 후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가 2011년 하락장에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랩 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포트폴리오를 조정·운용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큰 시장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랩' 최소 투자 금액 낮추는 증권사들
랩 어카운트는 투자 대상에 따라 주식형 랩, 채권형 랩, 펀드 랩 등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ELS(주가연계증권), ETF(상장지수펀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등 편입 자산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또 작년부터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가·자산별로 나눠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 랩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산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분산 투자 효과가 높아졌다.
과거 5000만~1억원 안팎의 최소 가입 금액 때문에 랩 어카운트는 중산층 이상 고액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은 가입자 저변을 넓히기 위해 랩 어카운트 가입 문턱을 1000만~3000만원대까지 낮추고 있다. KDB대우증권의 'KDB대우 배당성장지수 랩'(2000만원)과 미래에셋증권 '프리미어멀티랩', 삼성증권 'POP UMA'(이상 3000만원)가 대표적이다.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랩 어카운트 상품을 더욱 다양화하고 있다. 출시 예정인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자산운용의 '존 리 랩 어카운트'등은 대개 최소 가입 기간이 1년인 다른 상품과 달리 가입기간을 최소 3년으로 늘리는 대신 수수료를 낮출 예정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성과연동형 고배당주랩' 등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거의 떼지 않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입 전 수익률 알기 어려워 유의해야
랩 어카운트는 다른 투자 상품과 마찬가지로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이다. 수수료는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예컨대 작년 말 주식형 펀드 기준 운용 보수는 0.58%인 반면 주식형 랩은 1~2%의 투자일임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일임형 랩은 해당 상품에 가입할 때까지는 수익률이나 상품별 특성을 알기 어렵다. 공모 펀드는 금융 정보 업체, 펀드 정보 업체 등을 통해 수익률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계좌 단위로 관리되는 랩 어카운트는 이런 식으로 수익률이 공개되지 않는다. 또 누군가 랩 어카운트로 1년 새 100% 넘는 수익률을 거뒀다고 해도 랩은 계좌별로 맞춤 운용되는 만큼 같은 랩에 가입한다고 해서 동일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한금융투자 랩 운용부 정정수 팀장은 "랩 어카운트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미리 투자 규모·기간·성격을 정해 발품을 팔아 선택해야 한다"며 "다른 상품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약하기 때문에 투자 후에도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